최영찬기자
4·10 총선 서울 도봉갑에서는 김재섭 국민의힘 후보와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맞붙었다. 두 후보 모두 30대 청년 정치인이다. 김 후보는 도봉구 토박이고 지역·방송에서 활동한 기간도 길어 인지도가 높다. YTN 앵커 출신인 안 후보는 현역 인재근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후 이곳에 전략 공천됐다.
"저는 오랫동안 겪어오고 같이 지낸 김재섭 후보를 지지해요."
서울 도봉구 신창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한 남성은 26일 누구를 뽑을 것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김 후보를 봐온 지는 한 5년 정도 됐다"며 "김 후보가 박식하고 방송 패널로서도 영향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안 후보에 대해선 "인지도가 별로 없어서 관심은 없다"고 말했다.
도봉구 창동의 초안산 공원에서 만난 김모씨(80대·여)도 "이왕 대통령을 뽑았으면 일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김 후보를 뽑아서 (정부를) 밀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랏빚이 많은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5만원을 준다고 한다"며 "우리 아이들이 다 갚아야 하는데 그건 아니다"며 민주당과 이 대표에 대한 반감도 드러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모씨(80대·여)도 "민주당이 자기들끼리 법안을 처리하니 대통령이 있으나 마나"라며 "김 후보를 찍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도봉갑은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이다. 고(故) 김근태 의원이 3선(15~17대), 그의 아내 인 의원이 3선(19~21대)을 했다. 연고가 없는 안 후보의 인지도가 낮아도 김 후보가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을 찍겠다고 밝힌 두 여성은 민주당 도봉갑 후보로 누가 나왔는지 모르고 있었다. 둘은 안 후보가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핸드폰으로 안 후보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김모씨(60대·남)는 "그래서 인 의원 사진이 (건물에서) 내려갔구나"며 "그래도 민주당이 이길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도 민주당으로 다시 바뀌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김모씨(60대·여)도 "YTN 아나운서였다고?"라며 "하긴 아나운서들이 또 정치권에 많이 들어오긴 하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독단적인 스타일이 너무 싫어서 민주당을 찍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후보가 누군지 몰라도 민주당을 선택한다는 유권자가 있을 정도로 야당 강세 지역이지만 안 후보의 선거법 위반 리스크는 변수다. 도봉구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5일 안 후보가 마이크를 사용해 지역 주민들에게 인사한 것을 두고 '엄중 경고' 조치했다. 신창시장에서 만난 민주당 지지자 백모씨(60대·남)는 "야당 후보가 바뀌어서 왔는데, 횡설수설하니까 마음을 못 주고 있다"며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최근 도봉갑 유권자들의 표심을 보면 마냥 민주당이 안심 할 수만은 없다. 21대 총선과 20대 대선에서는 모두 민주당 후보가 50%를 넘게 득표해 승리했지만, 구청장과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후보가 이겼기 때문이다. 2022년에는 오언석 도봉구청장이 민주당 김용석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같은 해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주당 송영길 후보를 크게 이기며 당선됐다.
김 후보는 이날 창동역에서 아침 인사를 마친 뒤 기자와 만나 "이미 진행되는 창동역 민자역사 개발을 빨리 해결하는 것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 노선에 수서고속철도(SRT)와 KTX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구 재건축 사업도 중요하다"며 "오 구청장으로 바뀌면서 (재건축을) 적극적으로 밀고 있어서 저도 재건축에 필요한 정부 지원이나 입법 개정을 적극적으로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 측은 내부적으로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알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