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타이밍 놓쳤다' 미디어 대못 규제 폐지에도 한숨

정부가 넷플릭스, 유튜브 등 거대 글로벌 기업에 잠식되고 있는 미디어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등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정부로부터 7년마다 재허가를 받아야 했던 제도를 폐지하는 등 낡은 규제를 없애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유료방송 재허가제를 포함해 미디어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았던 규제 13개를 풀겠다고 했다.

방송 업계는 환영 입장을 표하면서도 정부의 대책이 ‘뒷북’이라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사문화된 조항을 끼워 넣은 점이 아쉽다"거나 "타이밍이 너무 늦은 것 같다"는 회의적 입장이 많았다.

오히려 업계에서 이미 십수년간 요구해온 규제를 이제서야 개선하겠다고 나선 정부가 원망스럽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미 유료방송 시장은 통신 3사가 운영하는 IPTV를 제외하면 사양길로 접어든 지 오래다.

신문사의 유료방송 지분 소유에 대한 규제 폐지도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신문사들이 매력을 느끼려면 IPTV 정도는 돼야 할 텐데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려면 어마어마한 자본이 투입돼야 한다. 이통 3사도 강력한 주력사업을 신문사에 넘길 이유가 없어 현실적으로 영향력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통신광고비 조사보고서[출처=과기정통부]

TV 광고 규제 완화도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미지수다. 그동안 어린이 건강을 위해 고열량·고카페인 식품에 대한 TV 광고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할 수 없었다. 코카콜라, 맥도날드 등 대형 광고주들은 TV를 떠나 규제가 없는 포털이나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으로 이동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상파TV 광고비는 2017년 1조5500억원에서 올해 1조700억원으로 3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광고시장의 절반 이상은 모바일, PC 등 온라인 광고에 쏠려있다. 이미 광고주들이 떠나간 시장에 규제를 푼다고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다.

문제는 또 있다. 대못 규제가 폐지되려면 대부분 법 개정이 필요한데 국회에서 어깃장을 놓는다면 이 또한 늦어질 게 뻔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자세가 아쉽다.

산업IT부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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