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무역전쟁 '새 전장'된 조선·해운…'불공정 관행 조사해야'

조선·해운업이 미·중 무역전쟁의 새로운 전장으로 떠올랐다. 미국 내 5개 노조가 ‘무역법 301조’를 앞세워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를 조사해 달라고 직접 정부에 청원하고 나선 것이다.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이러한 청원 사실을 확인했다. 타이 대표는 "우리는 중국이 철강·알루미늄·태양광·배터리·핵심광물 같은 여러 분야에서 (중국에) 의존하게 하고 취약점을 만들어 미국 노동자와 기업에 피해를 주고 우리 공급망을 위태롭게 하는 것을 봐왔다"면서 "자세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청원서에서 철강노조를 비롯한 5개 노조는 "1975년 미국의 조선산업은 생산능력 면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으나,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상업용 조선소 수는 70% 이상 급감했고 세계 점유율 1%에도 못 미친다"면서 "산업 회복의 가장 큰 장애물은 세계 최대 선박 건조국인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5개 노조는 "글로벌 조선·해운·물류 산업을 장악하고자 하는 중국 정부의 노력은 다른 그 어떤 국가보다 훨씬 더 공격적이고 개입주의적인 비시장 정책을 기반으로 한다"면서 "중국이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춰 시장을 장악하고 전 세계 항만과 물류 인프라 네트워크를 구축해 미국 선박과 해운사를 차별하고 있다"고 문제 삼았다. 그간 중국은 ‘중국 제조 2025’ 전략에 따라 조선업을 10대 전략육성사업 중 하나로 삼아 대대적으로 예산, 인재를 투입해 왔다.

5개 노조는 상당수가 국영인 중국 기업들이 전 세계 항만 터미널의 자금 조달부터 건설·운영까지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급망 우려도 제기했다. 중국 국영기업인 ZPMC의 경우 현재 전 세계 화물 크레인의 70%를 공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 상황이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에 그치지 않고 경제적 위협을 넘어 안보 우려로까지 직결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5개 노조는 "중국이 공급망을 교란하고 국가안보 이익을 훼손할 수 있는 글로벌 물류 인프라를 구축했다"면서 "미국은 이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청원은 상대국의 불공정한 무역행위로 자국이 피해를 본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미국의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이뤄졌다. 이는 과거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중국산 제품 수천 개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당시 적용됐던 법안이기도 하다. USTR은 청원서 내용을 검토해 45일 내로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노조는 미 항구에 정박하는 중국산 선박에 항만요금을 부과하고 미국 내 조선업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을 투입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조사가 본격화할 경우 미·중 무역 갈등은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러한 불공정무역 조사 요청을 거절할 가능성은 작다고 진단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자국 산업 재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어서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대대적인 무역전쟁을 예고해 온 인물인 만큼 강경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이번 청원을 계기로 중국 로진크 등 글로벌 물류 공급망을 둘러싼 미국 내 국가안보 우려가 더 커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주요 외신들은 "조선업이 미·중 무역전쟁의 새로운 전쟁터가 됐다"면서 "양국 관계에 긴장이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국제부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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