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주기자
경찰이 전공의 집단 사직 전 병원 자료를 지우라는 글을 올린 최초 작성자를 소환조사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대한의사협회(의협) 직인이 찍힌 문건이 올라온 것과 관련해서도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11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토요일(9일) 작성자를 소환조사했다"며 "대체로 본인이 작성한 게 맞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의사·의대생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 지난달 19일 전공의들에게 사직 전 병원 자료를 삭제하라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오자 수사에 착수했다.
해당 글에는 "인계장 바탕화면, 의국 공용 폴더에서 (자료를) 지우고 세트 오더도 다 이상하게 바꿔 버리고 나와라. 삭제 시 복구 가능한 병원도 있다고 하니 제멋대로 바꾸는 게 가장 좋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경찰은 또 의협이 집단행동에 불참한 전공의를 대상으로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라는 문건이 온라인상에 게재된 것과 관련해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를 이날 오전 압수수색에 나섰다.
지난 7일 이 커뮤니티에는 의협 회장의 직인과 함께 집단사직에 불참한 전공의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라는 지침이 담긴 문건이 게재됐다.
문건에는 "불참인원에 대한 압박이 목적"이라며 명단 작성과 유포 방법에 대해서는 특정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고지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밖에도 소속 근무처에 사직서 제출하고 반대 여론을 조성하라는 등의 내용과 함께 의협 회장 직인이 찍혔다.
이와 관련해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해당 문건은 명백히 허위이며, 사용된 의협 회장 직인이 위조된 것을 확인했다"며 사문서위조 및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조 청장은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는 문건이어서 강제수사를 통해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의협 전·현직 관계자들의 업무방해교사 혐의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앞서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을 소환한 데 이어 12일에는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 박명하 비대위 조직위원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다만 아직 개별 전공의에 대한 고발장은 접수되지 않은 만큼 별도 수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 청장은 "기본적으로 의협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있다"며 "고발 대상이 아니면 수사선상에 올라오지 않았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