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차파트너스 주주제안, 금호 경영권 분쟁과 무관한가

행동주의 펀드운용사 차파트너스가 지난 4일 개최한 기자간담회는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조카의 난’으로 알려진 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과 관련이 있는 회사인 만큼 발표 내용에 귀추가 주목됐다. 차파트너스는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과 각을 세운 조카 박철완 전 금호석화 상무와 손을 잡은 주체다. 박 전 상무는 금호석화 지분 9.1%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차파트너스의 주주제안에 따라 경영권 분쟁은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컸다.

결과는 시장의 기대(?)와 크게 달랐다. 차파트너스는 이 자리에서 사외이사(감사위원) 선임과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며 "전체 지분의 80%인 일반주주 권리를 제고하는 주주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더니 "경영권 분쟁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경영권 분쟁과 무관하다는 주장은 행동주의 펀드가 할 수 있다. 차파트너스는 의결권 있는 금호석화 주식 200주를 보유하고 있다. 전체 지분에서 보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올 들어 10억원을 들여 7179주(0.03%)를 매입했지만 주주명부폐쇄일(지난해 말) 이후에 벌어진 일이라 이달 주총에서는 의결권도 없다.

하지만 차파트너스가 지난달 박 전 상무로부터 주주제안권을 위임받은 만큼 ‘경영권 분쟁과 무관하다’는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특히 박 전 상무와 박 회장의 지분을 보면 차파트너스의 움직임은 예사롭지 않다. 박 전 상무는 일반 주주 표심을 겨냥한 주주제안을 제시해 경영권 확보를 시도해왔다. 박 전 상무 측(10.88%)과 박 회장 측(15.83%) 지분 격차는 5%포인트 미만이다. 국민연금(9.2%)을 포함해 외국인·소액주주 등 일반주주 표심이 경영권 향방을 좌우하게 된다. 이날 기자간담회 이후 금호석화 주가는 전일 대비 2.4%(3600원) 오른 15만1500원에 마감했다.

차파트너스는 재작년부터 기업들에 주주환원 방안을 적극적으로 요구했고 유의미한 성과도 냈다. 하지만 이번 간담회는 "경영권 분쟁과 무관하다"는 말로 오해 소지만 키운 꼴이 됐다. 시장에선 금호석화 주가를 부양해 박 전 상무의 지분 매각을 지원 사격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분쟁만 부채질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산업IT부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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