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영기자
일본에서 최근 메시지 끝에 마침표를 붙이는 것이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신조어 '마루하라'가 논란이 되고 있다. 윗사람이나 상사가 메시지 끝 마침표를 붙여 보내면 자신이 잘못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고, 거리감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이에 일본에서도 젊은이들과 기성세대 사이 간 논쟁이 벌어졌는데, 일본 언론들도 이를 보도할 정도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마루하라의 예시로 소개된 문장. '알겠습니다'라는 문장 뒤에 마침표를 붙였다.(사진출처=닛테레)
19일 마이니치신문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마루하라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루하라는 점을 뜻하는 일본어 '마루(丸)'와 괴롭힘을 뜻하는 '하라스먼트(harassment)의 합성어다. 메신저 앱에서 메시지를 보낼 때, 문장 끝에 마침표를 붙이면 젊은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안겨준다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가령 상사나 윗사람이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는 말 뒤에 마침표를 함께 붙여서 메시지를 보낼 경우 젊은 세대는 이를 고압적이라고 받아들이거나, 거리감이 느껴져 차갑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에 회사 상사가 이러한 형태의 메시지를 계속 보낼 경우 이는 괴롭힘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는 중장년층과 10~30대가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닛테레는 "마침표에 익숙한 중장년과는 대조적으로 젊은 세대는 마침표를 붙이지 않는 채팅 형식의 짧은 대화를 많이 한다"며 "마루하라는 세대 차이를 보여주는 하나의 현상일 뿐, 이런 차이는 마루하라 뿐만 아니고도 많다"고 밝혔다.
언어학 전문가들은 1030은 메시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마침표를 단절의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호리오 케이 우쓰노미야대 일본어학과 강사는 "젊은 세대는 메신저에서 속도감을 중시한다. 축약한 단어, 이모티콘만으로도 커뮤니케이션이 성립한다"며 "이런 가운데 마침표가 등장하면 스피드 있게 주고받는 것이 잘린 듯한 인상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메신저에서도 마침표를 사용하는 학생들도 있다. 2030이 모두 이를 괴롭힘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오히려 언론이 부추긴 세대 차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사회언어학자인 미야케 카즈코 토요대학 명예교수는 "마침표를 찍지 않는 문장은 20년 전부터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것"이라며 2006년 실험 결과를 소개했다.
당시 약속에 늦은 학생을 메신저로 어떻게 상대하는지를 주제로 진행된 실험에서, 학생들은 '지각할 것 같다'는 메신저를 받고 친한 상대에게는 "신경 쓰지 말고 천천히 오라" 등 걱정하는 긴 문장과 함께 이모티콘을 붙여 보냈지만, 친하지 않은 상대에게는 "알겠다"는 짧은 답장과 뒤에 마침표를 찍어 보냈다.
미야케 교수는 "젊은 세대는 이모티콘을 붙이지 않거나, 단답에 마침표를 찍어 보내는 행위에 분노를 포함하고 있었다. 확실히 마침표에 거리감이나 차가움을 연출하는 효과가 있다고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
X(옛 트위터)에서 화제가 된 '마루하라' 예시. 어머니가 "(집에 간식으로) 도너츠가 있어."라고 마침표를 붙여 보내자 "마루하라다"라고 자녀가 지적했고, 이에 어머니가 일부러 마침표를 계속해서 보내는 모습이다.(사진출처=X @Nidai__)
여기에 전문가들은 마루하라는 세대 차이를 기반으로 한 구별 짓기의 일종의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총무성 조사에 따르면 메신저 앱 '라인'을 사용하는 2030은 100%며, 고령자를 포함한 전 연령대에서도 94%에 달한다. 거의 일본 국민 대다수가 라인을 쓰고 있음에도 불구, 사용법을 둘러싸고는 세대 간 단절이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마이니치는 "마루하라 뿐만 아니라 이모티콘을 많이 사용하는 긴 문장은 '아주머니 구문'이라고 부르며, 젊은 여성을 일부러 친근하게 부른다거나 하는 '아저씨 구문'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미야케 교수는 "젊은이나 중장년이나 차이를 부정적으로 파악하거나 다가서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왜 다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여러 가지를 깨닫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마루하라 논란과 관련, "알겠다. 앞으로 주의하겠다"는 긍정적인 목소리와 함께 "무슨 말만 하면 괴롭힘이냐. 그렇게 해서 회사 생활은 어떻게 하느냐"는 의견으로 갈리고 있다. 얼마 전에는 유명 시인 다와라 마치가 X(옛 트위터)에 "마침표를 다는 것이 아주머니 말투라는 이야기가 있어 이 구절을 남겨놓는다"며 "X가 아니라 O로 반드시 끝나니 일본어는 친절하지 않은가"라는 게시글을 올려 좋아요가 12만회에 달하는 등 화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