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온유기자
CJ제일제당이 전 세계적인 K-푸드 돌풍에도 웃지 못했다. 고물가 속 미국에서 만두, 피자 판매 1위 자리를 굳히며 주력 사업인 식품 부문 실적이 대폭 개선됐지만, 글로벌 축산 불황 여파로 바이오 부문 등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35% 이상 꺾였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대한통운을 제외한 영업이익이 8195억원으로 전년 대비 35.4% 감소했다고 13일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은 17조8904억원으로 4.7% 줄었다. 다만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8% 늘어난 1579억원을 달성하며 5분기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대한통운을 포함한 연결기준 연간 매출은 29조235억원, 영업이익은 1조2916억원이다.
부문별로 보면 K-푸드가 전 세계적 인기를 끌면서 식품사업부문 실적이 개선됐다. 비비고 만두, 햇반 등 주요 제품 판매량이 증가한 결과 매출은 11조2644억원으로 전년 대비 1.4% 늘었고, 영업이익은 6546억원으로 4.9% 증가했다. 특히 4분기 해외 식품사업 매출은 1조3866억원으로 분기 기준 처음으로 국내(1조3800억원)를 앞섰다.
이는 만두·치킨·P-Rice·K-소스·김치·김·롤 등 7대 글로벌 전략 제품을 앞세워 핵심 권역인 북미를 포함, 유럽과 호주 등에서 성장을 이어간 결과다. 북미에서는 비비고 만두와 슈완스의 대표 피자 브랜드 ‘레드바론’이 1등 지위를 한층 공고히 했다. 또 냉동치킨과 가공밥 매출이 전년비 각각 19%, 15% 성장했다. 이 외에도 지난해 본격 진출한 유럽과 호주 권역 매출액이 1000억원을 넘어서며 신영토 확장의 성과가 가속화됐다. 유럽은 영국, 독일 외에 프랑스, 스웨덴 등의 신규 국가로 사업을 확대했고, 호주는 최대 대형마트인 울워스를 중심으로 비비고 제품의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판매량 증대 외에도 유통사들과의 전략적 협업, 판관비 효율화를 추진한 결과 수익 개선 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식품 사업 호조세는 바이오, CJ Feed&Care 부문의 부진으로 빛이 바랬다. 바이오 부문의 매출은 3조4862억원, 영업이익은 689억원을 기록했다. 원재료인 원당가격 상승 부담이 크고 셀렉타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전년비 영업이익이 줄었다. 단 지난해 10월 매각이 결정된 셀렉타를 제외하면 4분기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275억원 증가했다. 셀렉타는 브라질에서 농축대두단백을 생산하는 계열사다. 매출의 경우 고수익 제품인 트립토판과 발린, 알지닌, 히스티딘 등의 스페셜티 아미노산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또 사료?축산 독립법인 CJ Feed&Care의 경우 주요 사업국가인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사료?축산 수요 부진으로 864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매출은 2조4917억원으로 전년 2조8212억원에서 11% 이상 줄었다.
이 외에 조미 소재?영양?미래식품 소재 등이 주력인 FNT(Food&Nutrition Tech)사업부문은 매출 6481억원과 영업이익 1824억원을 기록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제조원가 혁신을 통해 전년 기저 부담과 글로벌 시장 침체에 따른 주요 제품의 판가 하락을 극복하며 전 분기 대비 4분기 영업이익이 37% 이상 개선됐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앞으로 7대 글로벌 전략제품, 길거리 음식을 제품화한 K-스트리트푸드를 앞세워 북미 시장 지배력을 더욱 높일 계획이다. 또 프랑스·북유럽·동남아 할랄시장 등의 진출로 신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국내에서는 고메 소바바 치킨, 비비고 통새우만두 등을 이을 차별화된 제품을 계속 출시한다. 또 주요 품목에 자원을 투입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과 판관비 개선 등으로 효율적 성장을 이어갈 예정이다.
바이오사업부문은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품목 판매를 확대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FNT사업부문은 조미 소재·글로벌 뉴트리션 소재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주요 국가 메인스트림 진출과 미진출 국가 진입을 가속화하는 등 글로벌 신영토 확장을 이어나가는 한편, 경영 효율화를 통해 질적 성장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CJ제일제당의 역성장은 K-푸드 인기에 힘입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농심, 삼양식품 등 다른 식품사와는 다른 흐름이다. 농심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9% 증가한 2120억원을 기록했다. 삼양식품의 영업이익은 1468억원으로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겼다.
CJ제일제당의 부진은 식품 외 사업 실적 악화에 따른 것인 만큼 비주력 계열사를 매각하는 등 재무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CJ제일제당은 셀렉타와 함께 지난해 7월 중국 내 식품을 만드는 지상쥐 지분을 매각한 바 있다. 키움증권 박상준 연구원은 "중기적으로 비효율 사업이나 본업과의 시너지가 약한 사업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