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권해영특파원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장 초반 혼조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날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차익매물 출회를 소화하며 나스닥 지수는 1% 넘게 밀리고 있다. 투자자들이 시장을 관망하며 FOMC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가운데 1월 민간고용이 둔화됐다는 지표가 나왔다. 미 재무부가 올해 2분기 국채 발행 계획을 공개한 뒤 내년까지 발행 규모를 더 이상 확대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3.9% 선까지 하락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오전 9시51분 현재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1% 상승한 3만8504.41에 거래되고 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0.65% 내린 4892.86,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2% 밀린 1만5322.7을 기록 중이다.
MS와 알파벳은 지난해 4분기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시장의 예상을 넘어서는 실적을 달성했음에도 차익매물 출회로 장 초반 하락세다. MS는 0.31% 내리고 있다. 알파벳은 지난해 4분기 광고 매출이 시장 예상을 하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6.29% 급락세다. CFRA 리서치의 최고투자전략가인 샘 스토벌은 "알파벳과 MS 주가가 긍정적인 결과에도 하락한 것은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파는' 단기 경향 때문일 것"이라며 "예상보다 좋은 결과를 얻었음에도 사람들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주식을 매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오전 발표된 고용지표에서는 미국 고용시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시그널이 확인됐다. 미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에 따르면 1월 미국 민간기업 고용은 전월과 비교해 10만7000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월 증가 폭(15만8000개) 대비 5만1000개 감소한 규모다. 시장 전문가 예상치인 15만개도 크게 하회한다. 전날 노동부의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서 드러난 고용시장 분위기와는 달랐다. JOLTS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 기업의 구인 건수는 전월 대비 10만1000건 늘어난 902만6000건으로, 3개월 만에 증가 폭이 가장 컸다. 노동부가 다음 달 2일 발표하는 1월 고용보고서에서 보다 명확한 노동시장 상황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보고서에는 비농업 부문 신규고용과 실업률이 담긴다.
시장에서 꺾였던 3월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은 ADP 민간고용 지표 발표 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현재 Fed가 1월 동결 후 3월 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하할 가능성을 55% 넘게 반영하고 있다. 전날만 해도 41%를 소폭 웃돌았는데 하루 만에 14%포인트 이상 상승한 것이다.
이날 미 동부 시간 오후 2시에는 올해 첫 FOMC 회의가 예정돼 있다. 이번 FOMC 회의에서는 현재 5.25~5.5% 수준인 기준금리 동결이 확실시된다. FOMC 성명서에서 긴축 편향적(tightening bias) 문구가 삭제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시장은 FOMC 성명서 발표 이후 이어질 제롬 파월 Fed 의장의 기자회견을 대기하고 있다. 파월 의장의 메시지에 따라 금리 인하 시점과 속도에 대한 힌트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모건 스탠리의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인 세스 카펜터는 "FOMC 성명서에서 금리 가이던스와 관련해 기존 추가 정책 '강화(firming)' 문구를 삭제하고, '정책 입장'과 같은 중립적인 문구로 변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도이체방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매튜 루제티는 "12월 회의에서 어떤 Fed 당국자도 추가 금리 인상을 예상하지 않았고, 이제 인하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들었다"며 "명시적인 긴축 편향적 문구를 삭제하는 것은 언제 금리를 인하할지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3월 금리 인하의 문을 열어두기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말했다.
국제유가는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인 중국 제조업 경기 위축으로 인한 수요 둔화 우려에 하락세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0.95달러(1.2%) 하락한 배럴당 76.8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브렌트유 선물은 0.83달러(1%) 내린 82.04달러를 기록 중이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3.95% 선으로 내려왔다. 이날 미 재무부는 다음 주 1210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분기의 1120억달러보다 증가한 규모다. 다만 "최소한 향후 몇 개 분기 동안 발행 규모를 추가 확대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국채 금리가 하락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 금리는 4.21% 선까지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