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 발칵 뒤집었던 '100년형 살인자'…30년만에 출소해 두부 먹었다

앤드루 서, 모범수로 조기 석방
1993년 친누나 사주로 누나 동거남 살해
“30년간 수감태도 완벽”…검찰이 감형 수용

1993년 미국 시카고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살인사건의 범인인 앤드루 서(50)씨가 모범수로 인정받아 조기 출소했다. 징역 100년형을 받고 수감된 지 약 30년 만이다.

26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은 ‘30년 전, 남매가 공모해 저지른 악명높은 살인사건의 주인공이 석방됐다’는 기사를 통해 이를 보도했다.

서씨는 26일 오전 9시 45분쯤 일리노이주 서부 키와니의 교도소를 나섰고, 마중 나온 후원자들과 변호인에게 감사를 전하며 시카고 한인 교회 교인들이 준비해온 두부를 먹었다. 트리뷴은 두부를 먹는 행위에 대해 “지난 시간 있었던 모든 부정적인 것들을 깨끗이 씻는다는 의미의 한국 관습”이라고 소개했다.

서씨는 지난해 3월 수감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모범수들에게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보안등급이 낮은 교도소로 이감된 바 있다.

미국 일리노이주 교도소를 나와서 한인 후원자가 건네준 두부를 먹는 앤드루 서 [이미지 출처=캔디스 챔블리스 변호사 제공]

트리뷴은 “지난 1월 발효된 새로운 일리노이 주법에 따라 서씨는 그간 감옥에서 모범수로 쌓은 신용, 교도소 내 노동시간, 재활 프로그램 이수 등 성과에 대해 4000일가량을 복역일로 인정받게 됐다”면서 "남은 형량에 대한 감형 요청을 관할 쿡 카운티 검찰이 수용했다"고 전했다.

이어 “30년간 서씨의 수감생활 점수는 만점에 가깝다”면서 “공인 안경사 자격증 취득 포함 다양한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 교도소 내 호스피스 병동 자원봉사 외에도 수감자 뉴스레터를 공동집필하고 장애 수감자를 도왔으며, 위기에 처한 청소년들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전했다.

한국명이 서승모인 서씨는 서울에서 군 장교 출신 아버지와 약사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두 살 때인 1976년 시카고로 이민했다. 그러나 이민 9년 만인 1985년 아버지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세탁소를 운영하며 어머니마저 1987년 강도에 살해됐다.

서씨는 다섯 살 위인 누나 캐서린에게 의지하는 힘겨운 십 대 성장기를 보내면서도 유명 사립고교 로욜라 아카데미에서 학생회장을 지냈고, 미식축구 선수로도 활약했다.

그러나 이후 장학생으로 대학에 진학한 서씨는 1993년 9월 25일 시카고 가정집 차고에서 누나의 동거남 로버트 오두베인(당시 31세)에게 총격을 가해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충격을 던졌다.

당시 검찰은 부모 없이 단둘이 살아가는 서씨 남매가 오두베인 명의의 생명 보험금 25만달러(약 3억3000만원)를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 19세의 서씨가 누나 캐서린의 사주를 받고 살인을 저지른 사실이 밝혀졌다. 캐서린은 “오두베인이 엄마를 죽였다. 유산을 도박 빚으로 탕진하고 나를 학대한다”며 살인을 사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앤드루 서 사건을 다룬 2010년 다큐멘터리 ‘더 하우스 오브 서’(The House of Suh)의 한 장면 [이미지 출처=IMDb]

서씨는 1995년 징역 100년형을 선고받았으며 이후 항소심에서 80년 형으로 감형됐다. 서씨의 누나 캐서린(54)은 당시 재판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서씨는 2010년 해당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더 하우스 오브 서’(The House of Suh)에서 “가족을 위해 옳은 일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오두베인을 죽이는 것이 어머니의 원수를 갚고 누나를 보호하는 길이라고 믿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7년 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누나가 80만달러(약 10억원)의 유산을 노리고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서씨 어머니의 사망 사건은 지금까지 미제로 남아 있는 상태다.

서씨를 변론해온 비영리단체 ‘일리노이 교도소 프로젝트’(IPP) 법률고문 캔디스 챔블리스 변호사는 “서씨가 지난 24일 조기 출소 가능성을 통보받고 무척 기뻐했다”며 “그는 건강한 상태이며, 조기 출소를 통해 남은 생을 자유로운 상태에서 아름답게 살아갈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슈2팀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