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민기자
애플이 다음 달 정식 판매하는 혼합현실(MR) 단말기 '비전 프로'의 재판매 가격이 치솟고 있다. 중국 내 리세일 가격은 미국 내 정상 판매가격의 2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다만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는 반론도 있다.
25일 중국 중고물품거래 플랫폼 시앤위에서는 다수의 비전프로 재판매 글이 올라와 있다. 판매자들은 미국 내 판매가 3499달러의 2배 이상에 팔겠다고 밝히고 있다. 일부에서는 10만위안, 우리 돈으로 약 1800만원에 판매하겠다는 판매자도 있다고 한다. 비전프로 구입은 미국에서만 가능하다.
비전프로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에서 3499달러(세금 별도)로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예약판매를 시작한 직후 오는 2월 2일 정식 판매 첫날 애플 스토어에서 수령 가능한 물량은 모두 동이 났다.
이베이에서도 다수의 비전프로 재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한 판매자는 자신이 뉴욕에서 비전프로를 출시 당일 2대 구입해 한대는 자신이 쓰고 다음 날 프랑스에 가서 배송하겠다고 경매를 시작했다. 3499달러에 시작된 경매가는 이미 4080유로, 우리 돈 590만원까지 입찰이 이뤄졌다.
이외에도 많은 이들이 정식 판매 첫날 수령인 예약구매 인증사진을 강조하며 적어도 1000달러 가량의 웃돈을 붙여 재판매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애플 제품이 판매 직후 이처럼 많은 '프리미엄'을 받고 재판매 시장에 나오는 것은 드문 일이다. 비전프로가 모처럼 등장한 완전히 새로운 애플 신제품이라는 점에 많은 이들이 주목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비전프로 재판매가 지속해서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애플은 예약판매 개시 1주일이 지난 현재 비전프로를 주문하면 3월 중순 이후에 수령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예약판매 시작 당일과 비교해 구매 가능 시점이 많이 지연되지 않고 있는 것은 뒤늦게 비전프로를 구매하려는 수요가 많지 않음을 의미할 수도 있다.
시장에서는 비전프로가 약 18만대 정도 판매됐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러한 판매량도 리셀러들에 의해 과장됐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안업체 카사다는 애플이 1계정 당 1대의 비전프로를 구입할 수 있도록 했지만 실패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카사다는 수천대의 비전프로가 '매크로'를 통해 구매됐다고 파악했다. 카사다는 이 매크로를 통해 구입한 비전프로를 대당 2500달러의 프리미엄을 붙여 재판매할 경우 400만달러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전프로를 체험한 이들의 부정적인 평가도 무시할 수 없다. 뉴욕타임스의 브라이언 X. 첸 기자는 24일 자신이 지난해 6월 애플이 공개한 비전프로를 체험해봤다면서 비전프로가 높은 가격으로 인해 획기적인 히트상품이 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고 전했다.
그는 구글, 메타, 삼성, 소니 등의 다양한 VR 헤드셋을 사용해봤다고 전제한 후, 비전프로의 사진 품질에 깊은 인상을 받았지만, 소비자들이 착용하고 싶어할지 확신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첸 기자는 특히 비전프로의 무게와 사용시간을 지적했다. 그는 비전프로를 사용한 후 30분 만에 목이 아팠다고 했다. 비전프로의 무게는 약 600~650g이다. 배터리 사용 시간 2시간도 장편영화를 볼 수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IT전문매체 매셔블은 비전프로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킬러앱'의 등장 여부가 향후 비전프로 판매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