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경기자
지난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4' 행사장에 마련된 기아 부스는 전시된 차량을 살펴보고 설명을 들으려는 관람객들이 대거 몰리면서 문전성시를 이뤘다. 기아는 이번 CES에서 '영감을 주는 공간'이라는 테마 아래 앞으로 출시할 목적기반 차량(PBV) 콘셉트 라인업의 자동차 5종을 공개하며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우리말로 '목적기반 차량' 또는 '목적기반 모빌리티'로 불리는 PBV(Purpose Built Vehicle)는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맞춰 고객이 원하는 대로 용도를 달리할 수 있는 다목적 이동수단을 가리킨다. 캠핑카나 택배차, 식당차, 택시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운전석을 제외한 차량 내·외부의 모든 공간 디자인과 좌석 배치, 각종 전자제품 등을 맞춤형으로 적용·설계할 수 있어 단순한 '탈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생활공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PBV는 현대자동차가 2020년 CES에서 그 개념을 처음 소개했다. 당시 현대차는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공개하면서 PBV와 함께 도심항공 모빌리티(UAM·Urban Air Mobility), 허브·모빌리티 환승 거점(Hub) 등을 언급했고, 이 세 가지 구성 요소가 긴밀한 연결성을 가져야 한다고 봤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여행 시 숙박시설 대신 캠핑카를 이용하는 고객이 늘고, 비대면 배달 서비스와 온라인 배송 이용이 증가하면서 각종 배송차량 수요도 급증했다. 이에 도요타,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도 PBV 시장에 줄줄이 뛰어들었다.
올해 CES에서 기아는 PBV 개념을 '차량 그 이상의 플랫폼(Platform Beyond Vehicle)'으로 새롭게 재정의했다. PBV 사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과 비즈니스 환경에 최적화된 차량과 서비스로 고객과 지역사회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해 전통적인 자동차의 개념을 뛰어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아는 2025년 첫 중형 PBV 'PV5'를 출시하고 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CES 2024에 전시된 PV5는 쉽게 탈부착이 가능한 모듈을 적용, 하나의 차량이지만 다양한 목적에 맞게 변형이 가능한 모습을 보여줬다. 내부에는 시트를 회전시키지 않고도 자유자재로 방향 전환이 가능한 슬라이딩 방식의 양방향 플립시트가 적용됐다. 휠체어를 쉽게 올리고 내릴 수 있는 리프트 등 교통약자의 편의를 위한 기능도 갖췄다.
단거리 물류 운송을 위해 작게 만든 'PV1', 장거리 물류 운송에 적합한 대형 모델 'PV7'도 선보였다. 회전 반경을 최소화할 수 있는 드라이빙 모듈이 장착돼 직각 운행, 사선 운행이 가능하고 제자리 회전이나 피벗턴(중심축을 임의로 설정해 자유롭게 회전)도 할 수 있어 좁은 공간에서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기아는 2030년까지 연간 30만대 이상의 PBV를 판매해 이 시장에서 세계 1위에 올라서겠다는 목표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