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종기자
정부가 보조금 성격의 연구개발(R&D)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 대신 민간이 도전하기 어려운 차세대 기술 개발에 R&D 예산을 집중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삼성전자 서울 R&D 캠퍼스에서 안덕근 장관 주재로 'R&D 혁신 라운드 테이블'을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의 '산업·에너지 R&D 투자 전략 및 제도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산업부는 그간 20여 차례에 걸쳐 500여명의 연구자를 만나 현장 목소리를 수렴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산업부는 보조금 성격의 R&D 지원은 중단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도전적 R&D에 지원을 집중하기로 했다. 11대 분야 40개 초격차 프로젝트에 산업부 신규 예산의 70%를 집중 투입한다. 올해는 민관이 합쳐 2조원(정부 1조3000억원)을 투자해 선택과 집중을 강화할 예정이다.
실패 확률이 높지만 성공 시 파급력이 큰 10대 체인저 기술, 산업 난제 해결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 비중을 현재 1% 수준에서 향후 5년간 10% 수준으로 높여나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1조원 규모의 '알키미스트 시즌 2' 예비 타당성 조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사업 체계를 대형 과제 중심으로 개편한다. 100억원 이상 과제 수를 2023년 57개에서 올해 160개로 크게 늘린다. 우수 기업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연구비 중 기업 현금 부담 비율을 최대 45%포인트(p) 인하하고 기업 기밀에 해당하는 경우 R&D 과제를 비공개한다.
해외 선진 기술을 신속히 흡수해 상용화할 수 있도록 180개 원천 기술에 대한 국제 공동 연구도 올해 착수할 계획이다.
정부는 R&D 프로세스를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정부는 도전적 목표만 제시하고 기업과 연구자가 과제 기획을 주도하는 방식이다. 주관 기관에 컨소시엄 구성, 연구비 배분 권한을 부여하는 캐스케이딩(Cascading) 과제를 10개 이상 시범 도입한다. 특히 민간 투자를 받은 기업에 대해 정부가 매칭을 지원하는 투자 연계형 R&D 방식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PD(Program Director)는 기존 사업 기획 역할에서 벗어나 선정·수행·평가 등 R&D 전주기를 지원하는 서과 책임자 역할을 수행한다. R&D 전문기관도 지원형 조직으로 재편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올해 인력 양성 예산을 11% 확대하고 첨단 산업 특성화 대학원을 8개 추가(현재 3개)하는 등 인력 양성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기로 했다. 국제 공동 연구 시 현지 파견 연구비와 체류비 지원을 확대하고 해외 대학 및 첨단 산업 현장에서의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기획·평가 등 R&D 전주기 프로세스에 신진 연구자 참여를 확대하고 학생 연구자의 사용 증빙을 간소화하는 등 연구 몰입 환경을 조성하기로 했다. 또 역량있는 연구자의 원활한 창업을 위해 휴·겸직과 주식 취득의 전면 허용을 추진한다. 1월부터는 연구자의 직무발명 보상금에 대한 비과세를 700만원으로 확대하고 직무 보상 비율도 60%로 확대한다.
안덕근 장관은 "산업·에너지 R&D를 고위험 차세대 기술개발에 집중하여 민간의 도전적 투자를 견인하는 한편, 기업·연구자의 자율성과 창의력을 존중하는 수요자 중심의 R&D 시스템으로 전면 전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