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셀프 통과'…野, 총선 검증위 '출마 적격' 논란

1심 유죄 판결 나와도 적격…"검증 허술"
이재명 물론 황운하·노웅래·정봉주 '통과'
'탈당 러시' 힘 실리나…당 분위기 어수선

더불어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회(검증위)가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재판을 받고 있거나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예비후보자에 대해 '적격' 판정을 내려 논란이다. 검증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방침과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민주당에 따르면 검증위는 전날 오후 총선 예비후보 검증 통과자 89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는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 인천 계양을에서 '적격' 판정을 받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민주당 당규 11조에 '뇌물 등 국민의 지탄을 받는 형사범 중 금고 및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확정되거나, 하급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현재 재판을 계속 받는 자' 등은 피선거권이 없다고 돼 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황운하 의원은 대전 중구 후보자 검증을 통과했다. 황 의원이 받은 실형은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지만, 현재 항소 중이다. 이른바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재판을 받는 노웅래 의원도 서울 마포갑 적격 판정을 받았다.

친명계 인사로 꼽히는 정봉주 민주교육연수원장 역시 21대 총선 당시 성추행 논란으로 '컷오프' 당한 이력이 있다. 하지만 이번엔 검증위 문턱을 넘었다. 그는 당내에서 비명계로 분류되는 박용진 의원 지역구인 서울 강북을에 출사표를 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명계 의원들의 지역구로 '자객 공천'되는 친명 인사들에 대해서는 검증 기준이 허술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한 수도권 의원은 김윤식 전 시흥시장, 최성 전 고양시장 등이 범죄 혐의 없이 부적격 판정을 받았던 것을 거론하며 "친명 지역구로 출마하면 정적 제거의 대상으로 자르더니, 친명계가 비명 지역구로 출마하면 범죄를 저질러도 적격 판정을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증 기준이 자의적으로 바뀐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당 관계자는 "일부 예비후보자가 받는 혐의는 유죄 증거가 뚜렷하지 않고, 본인들은 무고하다는 입장"이라며 "정무적 판단은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선을 그었다. 유죄 판결을 받고 재판을 계속하는 자 등에 대한 부적격 기준 역시 예외 조항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검증위 재적 위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고, 최고위 의결로 예외를 인정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비이재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 조응천(왼쪽부터), 이원욱, 김종민 의원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혁신계 '원칙과 상식'에 이어 이낙연 전 대표까지 탈당한 마당에 예비후보자 심사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당은 어수선한 분위기다. 최근 민주당 선출직 공직자 평가위원회가 현역 의원들에 대한 평가를 마치고 공관위에 자료를 넘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역들의 연쇄 탈당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당 지도부는 해당 결과가 '밀봉 상태'라며 논란을 수습하고 있다.

정치부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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