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월드]샤넬 '제니반지' 400만원 후반대…'오늘이 제일 싸다' 백화점 명품 오픈런

롤렉스·에르메스 시작으로 명품 가격인상
샤넬(9일)·프라다(15일) 인상 대열 합류

지난 5일 오전 10시28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 앞. 30여분 전만 해도 보이지 않던 인파가 백화점 입구에 길게 줄을 서기 시작했다. "2분 뒤 고객을 맞이할 준비를 하라"는 방송이 나오자 유리문 너머엔 백화점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자세를 고쳐 잡았다.

백화점 오픈시간이 되자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더니 3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트리기 시작했다.[사진=이민지 기자]

오전 10시30분에 맞춰 문이 열리자마자 수많은 인파가 매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린 곳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CHANEL) 매장이었다. 입구와 멀지 않은 거리지만,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뛰어가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지난해 7월부터 백화점 영업시간 전 대기 번호를 부여하는 사전접수제도가 사라지면서 아침 일찍 매장 앞에서 대기하는 사람들을 찾기 어려워 졌지만, 레어 아이템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과 가격 인상 전 제품을 사려는 이들이 섞이면서 '오픈런(매장문이 열리자마자 줄을 서는 행위)' 재연된 것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보통 연말이나 연초에 명품 업체들이 가격을 올리는 일은 연례행사와 같은 것”이라며 “아직 가격 인상 소식이 구체화하지 않은 명품 브랜드 중 전화로 재고 확인이 되지 않는 곳들도 있어 매장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긴 했다”고 말했다.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롤렉스(ROLEX)를 시작으로 3대 명품 브랜드로 꼽히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중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Hermes)가 새해벽두부터 가격 인상의 첫 테이프를 끊으면서 명품들의 가격 인상 랠리가 시작되는 모양새다. 에르메스는 매년 1월마다 가격을 인상하는데 이를 기점으로 많은 명품 브랜드들이 도미노 인상에 나서왔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샤넬의 경우 이달 9일 주얼리 제품 중심으로 가격 인상에 나선다. 블랙핑크 제니 반지로 알려진 '코코크러쉬'의 경우 430만원에 가격이 책정됐는데, 그동안 평균 10% 안팎의 인상에 나섰다는 점을 고려하면 400만원대 후반까지 가격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일부 시계 제품의 경우 지난해 인상이 되지 않았던 품목 중심으로 인상 폭이 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가방 제품도 2022년 4차례 인상, 지난해 2월과 5월 두 차례 인상 뒤 10월 신발류 인상을 제외하곤 가격 인상에 나선 적이 없어 인상이 조만간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PRADA)는 이달 15일부터 가격을 5~10% 정도 인상한다. 당초 이달 1일부터 가격을 올리고 VIC(Very important customer)에만 적용되던 10% 할인 혜택을 끝낼 예정이었지만, 계획을 변경해 인상일을 2주가량 늦춘 것으로 확인됐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은 주얼리 대상으로 이달 10일에 가격 인상에 나선다고 안내를 한 상태다. 인상 폭은 10% 정도로 예상된다. 명품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앤코(TIFFANY&Co.)도 11일부터 5%대 가격 인상에 나서고, 벨기에 명품 브랜드 델보(Delvaux)와 루이비통(Louis Vuitton)과 부쉐론(Boucheron) 등도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할 것으로 파악됐다.

명품 브랜드들의 도미노 인상이 이어지면서 인터넷 사이트에선 '지금 사면 돈 버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루라도 빨리 구입하는 것이 수십만원을 아낄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가격을 올린 에르메스는 시계를 제외한 주얼리와 가방, 신발 등 전 제품에 대해 일제히 10~15% 가격 인상에 나섰는데, 일부 제품에 대해선 43%나 넘게 가격을 올려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올해 여름 샌들로 인기를 끌었던 ‘오란 리자드’는 254만원에서 352만원으로 앞자리가 달라졌고, 에르메스 입문 백으로 알려진 ‘에블린 미니’의 경우 276만원에서 305만원으로 상승해 에르메스에선 더이상 200만원대 백을 찾을 수 없게 됐다.

유통경제부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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