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총선 불출마 승부수를 띄우면서 인적 쇄신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총선을 105일 남겨놓고 더불어민주당 안에서는 국민의힘과의 혁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인적 쇄신과 리더십 교체 요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27일 KBS '특집 1라디오 오늘'과 인터뷰에서 한 위원장의 총선 불출마 선언과 관련해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이는 게 좋겠다는 전략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 민주당 입장에서도 굉장히 부담스러운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 내에서 윤 핵관 불출마, 영남 다선 불출마 등 기득권 청산 작업이 진행된다면 민주당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법조 카르텔에 칼을 대거나 김건희 특검법 찬성, 민생을 돌보고 제대로 된 인사 정책을 펴는 등은 민주당을 상당히 긴장하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친이재명계로 꼽히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도 한 위원장의 혁신 작업으로 파장이 커질 수 있다며 당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고 봤다. 정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한동훈 바람이 여당의 공천 혁신 과정을 통해 일어난다면 민주당도 그에 상응하는 정도의 공천 혁신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공천이 다 끝난 후에 한동훈 바람이 분다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그에 상응할만한 결심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지금 상황에서 간판 교체라고 표현하기는 적절치 않다"면서도 "만약 한 위원장의 지휘에 대응해 민주당에 바람이 일지 않는다고 하면 이 대표는 많은 것을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비이재명계 모임 '원칙과 상식' 소속 조응천 의원은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이재명 대표는 여당이나 언론에서 뭐라고 하든 '변화하고 최대한 단결·단합하자' 이 얘기만 하면서 우리 쪽에 아픈 얘기나 기자들이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그냥 묵묵부답하지 않나"라며 "아마 앞으로 한 위원장과 많이 대비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 의원은 "당 대표는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여당과의 변화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며 "비이재명계 쪽에서는 공천이 왜 이러냐고 아우성인데 '시스템에 의해서 그렇다, 불평·불만하지 마라, 단결·단합하자' 이거 가지고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당초 한 위원장은 총선 사령탑으로서 비례대표 당선 안정권 순번을 받거나 서울 종로 등 상징적인 지역에 출마할 것이란 관측을 받아왔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전날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대위원장 취임 입장 발표에서 "저는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겠다. 비례대표로도 출마하지 않겠다"며 "오직 동료 시민과 이 나라의 미래만 생각하면서 승리를 위해서 용기 있게 헌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