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마음을 헤아리는 '관계의 언어'<1>

편집자주누구나 종종 가깝고 중요한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거나 좌절한다.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는 관계란 가능할까?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갈등을 아예 만들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른 좌절을 복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럴수록 관계가 더 꼬여가고 힘들 때도 있다. 문요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상처 입고 얼어붙은 관계를 풀어가기 위해 '마음 헤아리기(mentalization)'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마음을 헤아리는 마음'이 작동하면 섣부른 판단이나 조언이 아니라 대화다운 대화가 오갈 수 있고, 상대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엉켜버린 관계를 풀어낼 수 있으며, 나아가 서로가 관계 안에서 성장할 수 있다. 글자 수 957자.

갈등으로 고통받는 마음을 들여다보면, 그 마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단순하다. 갈등을 풀고 서로를 이해하고 깊이 연결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통스러운 관계를 서둘러 정리하기에 앞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데까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무엇이 맞고 틀렸는지, 누가 더 잘못했는지를 끝까지 따지기보다 무엇 때문에 힘들고 상대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 나누는 것이 우선이다.

인간관계는 쉽지 않다. 좋은 관계였는데 다툼 한 번으로 마음이 상하고 관계가 단절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한 번 깨진 관계를 다시 되살리기도 어렵다. 왜 그럴까? 우리나라 말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말들을 살펴보면 7 대 3 정도로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어휘가 긍정적인 감정어보다 많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인간은 부정적인 사건이나 정서를 더 강하게 경험하고 오래 기억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비판은 두고두고 생각나는데 어떤 이의 칭찬은 쉽게 잊히고, 나를 째려보는 얼굴은 잘 찾아내지만 나에게 미소 짓는 얼굴은 흘려보내기 쉽다. 액수가 똑같아도 이익의 기쁨보다 손실의 고통을 더 크게 느낀다.

그래선지 '트라우마'라는 말은 있어도 그와 반대되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라는 개념은 이제 상식이지만 '외상 후 성장'이라는 개념은 어쩐지 아직 낯설다. 이렇게 부정적인 사건이나 정서가 우리에게 더 강력하게 영향을 끼치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이라고 한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보편적 현상이다. 아주 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면 인류의 조상은 사냥을 했지만 사냥감이 되기도 쉬웠다. 전체 먹이사슬에서 잘해야 중간쯤 갔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어떤 자극이나 상황을 좋은 쪽보다는 안 좋은 쪽으로 판단하려는 '부정적 편향'은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인간 자신을 보호하는 생존전략이 될 수 있었다.

-문요한, <관계의 언어>, 더퀘스트, 1만7000원

산업IT부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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