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애리기자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대규모 금융 분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불완전판매 관련 배상기준안 마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은 홍콩 H지수 ELS 대규모 손실 및 불완전판매가 인정됐을 경우 배상비율 기준안을 만들어 금융사와 소비자 간 분쟁에 대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분쟁조정은 통상 일대일로 단건 처리가 원칙이지만, 사모펀드 분쟁 당시 배상기준안을 채택한 바 있다. 홍콩 H지수 ELS 분쟁조정에 대해 배상기준안 방식이 적용될 경우 파생결합펀드(DLF)·사모펀드 사태 이후 두 번째다.
금감원은 앞서 DLF·라임·옵티머스 불완전판매와 관련해서는 손해액의 40~80%를 배상하도록 했다. 적합성 원칙과 설명 의무 위반, 부당권유 등에 따른 기본 배상비율을 정한 뒤 투자자의 자기 책임 사유를 투자자별로 가감 조정해 최종 배상비율을 내놓는다.
은행권 홍콩 H지수 ELS에 가입한 투자자 중에는 고령 투자자와 재가입자가 많다는 게 쟁점이 될 수 있다. 재투자자 등 예전부터 가입한 경험이 많다면 불완전판매나 적합성 원칙 위반이 인정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일 수 있다. 오랜 기간 대중적으로 판매된 상품인 만큼 불완전판매 입증이 쉽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원금 손실 위험이 높은 상품을 은행에서 대규모로 취급하게 한 것 자체가 적절한 지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KB국민은행에 대한 현장 점검 기한을 이번 주까지 연장했다. 다른 은행권 서면 점검 결과에 따라 추가 점검할 부분도 따진다는 계획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ELS 불완전판매 논란과 관련해 "자세히 조사할 계획"이라며 "추가적인 조치도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홍콩H지수 ELS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30일부터 홍콩H지수 ELS 상품을 판매를 중단했고, 하나은행도 오는 4일부터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펀드(ELF)·주가연계신탁(ELT) 상품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우리·신한은행은 지난해부터 홍콩H지수 편입 ELS 판매를 중단했으며, NH농협은행도 원금비보장형 ELS를 판매하지 않고 있다.
한편 ELS는 파생상품의 일종으로 기초자산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와 연계돼 수익률이 정해지는 증권이다. 만기 시까지 가격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 수익이 발생하지만, '녹인(Knock In·원금손실 발생 구간)'에 진입하고 만기 시 최종 가격이 일정 이하가 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홍콩 H지수는 홍콩에 상장된 중국 기업 주가로 구성됐는데, 최근 3년간 1만2000대에서 5000대로 폭락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ELS 중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판매 잔액은 총 8조4100억원 규모로, 금융권에선 상품 구조와 현재 주가 수준을 고려하면 3~4조원대 원금 손실을 예상한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