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3막 기업]'혹시 나도?' 치매 조기발견·치료를 디지털로 '이모코그'

노유헌 이모코그 공동대표

"학용품에 속하는 단어는 무엇입니까?"

"아래 기호와 연결된 숫자를 누르세요."

치매 솔루션 개발 스타트업 '이모코그'의 인지치료 소프트웨어 '코그테라'를 동작시키면 볼 수 있는 질문들이다. 지난달 23일 경기 과천시 사무실에서 만난 노유헌 이모코그 대표(43)는 이 소프트웨어를 시연하며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위해 제공되는 맞춤형 인지훈련으로 뇌 신경망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모코그는 인지장애를 위한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전 중앙대 의대 교수였던 노 대표가 이준영 서울대 의대 정신과 교수와 함께 2021년 설립해 3년째 공동대표로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모코그는 전문 역량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네이버 D2SF, 카카오벤처스, 스톤브릿지벤처스, 녹십자홀딩스, SV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누적 투자금 180억원을 받은 바 있다.

노유헌 이모코그 대표가 회사에서 개발한 인지기능 검사용 앱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이모코그를 소개해달라.

▲바이오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이다. 구체적으로는 치매 예방부터 진단·치료까지 전 주기에 걸친 치매 솔루션을 개발한다. 지금은 치매를 진단받으려면 진료를 잡고 기다리는 시간까지 다 포함해서 대략 1년이 넘게 걸린다. 환자들이 쉽고 빠르게 질환을 진단받을 수 있도록 이 한계를 '디지털 전환'을 통해 극복하고, 환자들이 뇌 건강을 회복해 주체적·독립적 삶을 최대한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많은 디지털 의료 관련 회사들이 다루는 질환을 늘려가는 트렌드인 데 반해, 우리는 치매 환자에 집중하고 있다.

-사업 전에 무슨 일을 했나. 창업 계기가 궁금하다.

▲학사 때 생물학을 전공하고 대학원 때부터는 신경해부학을 공부했다. 신경해부학을 공부하면서 기억이 형성되는 과정, 학습 절차 등에 관심이 커졌다. 졸업 후 대학교에서 해부학을 가르쳤다가 지금은 그만뒀다. 본격적으로 환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제품을 만드는 사업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업으로 분야를 바꿨지만, 여전히 연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회사 전체 인력 중에 40%가 박사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사업모델은 어떤 건가.

▲먼저 '기억콕콕'이라는 디지털 검사 서비스와 '코그테라'라는 인지치료 소프트웨어가 있다. 기억콕콕은 사용자의 인지 저하 여부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치매로 인해 가장 먼저 저하가 발생하는 인지 영역인 기억력·집행기능과 함께 주관적 인지 저하, 우울감 등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스마트폰에 앱만 깔려 있으면 공간이나 전문가 제약 없이 인지 저하 여부를 5분 만에 측정할 수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임상심리학 박사 등 관련 전문가 집단이 오랜 연구 끝에 개발한 검사이며, 디지털기기 사용이 어려운 고령자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수백 번의 사용자 테스트를 거쳐 고령자 친화적인 사용자 디자인을 개발했다. 검사종료 즉시 뇌 건강 상태를 점수로 표현한 결과 보고서가 제공되며, 일상생활 수행 능력을 높이는 방안과 뇌 건강을 위한 생활 습관 등을 추천해준다. 독일어, 영어, 일본어, 태국어까지 5개 국어 버전이 있다.

-코크테라는?

▲코그테라는 환자와 말로 대화하면서 인지 훈련을 시키는 치료 서비스다. 기술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자동 생성해 환자의 인지능력을 측정하고, 적합한 난이도의 훈련을 제공한다. 올해 혁신의료기기 인증을 받았다. 혈액으로 치매를 진단할 수 있는 서비스인 '코그체크'도 있다. 지금은 큰 병원에서 영상 분석을 통해 치매를 진단해야 하는데, 이 때문에 진단 속도가 너무 느리다. 게다가 큰 병원에 대한 접근성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문제다. 앞으로 5년 안에 글로벌 트렌드가 영상에서 혈액으로 넘어갈 거다. 치매의 병리학적인 원인 물질을 찾아주는 시약을 만들면 1차 병원에서도 검사하는 게 가능하다. 최대한 진단 방식을 간소화하고 기간을 짧게 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

-최근에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검사지를 만드는 회사를 인수했다고.

▲그렇다. ADHD 검사라고 알려진 종합주의력검사(CAT) 검사지를 만드는 '해피마인드'를 올해 1분기에 인수해 100% 자회사로 만들었다. 이를 통해 노약자 대상 검사 부문을 넓혀갈 계획이다. 해피마인드는 주의·집중뿐 아니라 학습장애 관련 검사도 하기 때문에 이모코그의 디지털 치료 역량과 시너지를 크게 낼 수 있을 것이다.

-치매는 예방 정도만 가능할 뿐 치료는 불가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진행을 늦춰준다는 의미다. 최근에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이 치매 단계로 넘어가는 진행 속도를 늦추는 항체 치료제가 개발됐다. 치료제를 투약하면 뇌 속의 치매 원인 물질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다만 원인 물질을 제거해도 기능적인 재활을 해야 기억력을 개선할 수 있다. 이모코그가 개발한 코그테라는 '인지보유고'를 키워줘 기능적인 재활을 돕는 역할을 한다. 뇌를 많이 사용해 인지보유고가 커지면 치매로 진행되는 속도를 늦춰줄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은 의학적으로 혼자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혼자서 생활할 수 있는 기간을 늘려주는 거라고 보면 된다. 지금은 임상시험을 하는 단계인데, 내년 1월에는 모든 절차가 끝날 예정이다.

-임상시험 과정에서 이용자들의 피드백이 궁금하다.

▲임상시험에 몇 개월간 참여한 보호자 한 분이 "이전에는 환자 혼자 밖에 내보내면 불안했는데, 최근에는 안심하고 보낼 수 있을 정도로 인지 기능이 개선됐고, 중언부언하던 습관이 줄었다"는 피드백을 줬다. 또, 순응도(실제로 환자가 치료제를 활용하는 정도)가 80% 수준으로 높은 편이었다. 처음에 3개월만 하고 끝내려던 시험을 이용자들의 요청으로 몇 개월 더 늘렸을 정도다.

-IT 기술이 중요한 회사라 투자가 많이 필요할 것 같다. 투자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작년 3월에 두번째 투자를 받았고, 곧 시리즈B 투자 유치 계획이 있다. 내후년 정도에는 상장을 고민해볼 생각이다.

-이른 시일 내에 달성하고픈 목표가 있다면.

▲내년에 코그테라의 임상시험이 끝나면 한국과 독일에서 정식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독일에는 이미 지사가 있고, 독일의 디지털 치료 기기 급여 제도인 디가(DiGA) 등록에 도전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매출도 올해의 2~3배 수준으로 키울 예정이다. 올해 30억원 정도의 매출이 나올 텐데, 내년 목표가 50억~80억원 정도다.

노유헌 이모코그 대표. 과천시 본사에서 직원들이 팀별로 회사의 비전에 대한 상징으로 만든 레고 조형물을 보여주며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경제금융부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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