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오는 추위에 불붙는 폐렴 백신 경쟁…'프리베나'vs'박스뉴반스'

폐렴, 국내 사망원인 3위 질환
고령층에 백신 무료접종 지원

왕좌 지켜온 화이자 '프리베나13'
MSD '박스뉴반스' '15가'로 도전장
SK바사는 21가 백신 개발 나서

때 이른 겨울이 찾아오며 호흡기 질환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다. 주요 호흡기 질환 중 백신을 통한 예방 효과가 큰 폐렴에 대한 접종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기존의 왕좌를 지켜 온 백신에 도전장을 던지는 새로운 백신들이 나오고 있다.

보건소에서 폐렴구균 무료 예방접종이 이뤄지고 있다.[사진제공=담양군]

폐렴은 국내 사망원인 중 암과 심장질환에 이어 3위에 달하는 위험한 질환이다. 뇌졸중 등 뇌 질환보다도 사망률이 높은 셈이다. 폐렴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꼽히는 건 폐렴사슬알균(폐렴구균)이다. 세균성 폐렴 중 27~44%가 폐렴사슬알균으로 인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균혈증, 수막염 등 합병증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 이력자들이 급증하면서 폐렴사슬알균의 감염 가능성도 높아진 상태다.

이에 폐렴사슬알균 백신은 그 중요성을 인정해 독감 백신과 함께 통상 영·유아 대상인 필수예방접종(NIP)을 예외적으로 성인에게도 적용하는 백신이다. 나이가 들면 면역력 저하가 우려되는 만큼 65세 이상부터는 무료로 백신을 맞을 수 있다. 특히 1차 베이비붐의 핵심인 '58년 개띠'들이 올해부터 65세가 되면서 폐렴사슬알균 백신 접종 수요도 많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폐렴사슬알균 백신은 계절에 관계없이 상시로 접종이 가능하다. 다만 최근 환자가 빠르게 급증하고 있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폐렴사슬알균이 아닌 '마이코플라스마균'에 의해 발병해 폐렴사슬알균 백신으로 예방이 어렵고, 마이코플라스마균 대응 백신도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MSD(미국 머크)의 15가 폐렴구균 단백접합 백신 '박스뉴반스(Vaxneuvance)' 로고[사진제공=MSD]

현재 국내 폐렴사슬알균 백신의 최강자는 단연 화이자의 '프리베나13'이다. 지난해 409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70~80%대의 압도적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여기에 MSD(미국 머크)의 15가 백신 '박스뉴반스'가 도전장을 던졌다.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에 이어 지난달 국내 허가에 성공했다. 이미 해외에서는 지난해 1억3800만달러(약 18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기존 프리베나의 13개 혈청형(1·3·4·5·6A·6B·7F·9V·14·18C·19A·19F·23F)에 더해 최근 세계적으로 주요 폐렴구균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지목된 ‘22F’·‘33F’ 혈청형을 추가해 예방 범위를 넓혔다는 설명이다.

MSD의 폐렴사슬알균 백신 '프로디악스23'(왼쪽)과 화이자의 폐렴사슬알균 백신 '프리베나13'[사진=한국MSD, 한국화이자제약 제공]

기존에 국내에서 쓰이던 백신 중 23가인 백신들이 있지만 박스뉴반스가 '국내 승인 최대 가수'를 자랑하는 건 백신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기존의 23가 백신은 다당질 백신(PPSV)이고, 박스뉴반스와 프리베나는 단백접합 백신(PCV)다. 폐렴구균의 캡슐 외벽에 있는 다당류를 활용해 만든게 PPSV이고, PCV는 다당류에 단백 운반체를 접합해 T세포 의존적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 PPSV는 혈청형이 더 많아 보다 다양한 균에 대한 대비가 가능하고, PCV는 혈청형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예방 효과는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NIP를 통해서는 PPSV 23가가 고령층 접종에 쓰이고 있고, PCV(10·13가)는 영아와 소아 접종에 활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PCV13과 PPSV23을 차례로 접종하는 방식이 가장 예방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PCV 개발사들은 이에 혈청형 확보 속도를 빠르게 높이고 있다. 현재 PCV의 최대 가수는 20가수다. 화이자가 개발한 '프리베나20'으로 2021년 미국 FDA 승인을 받았다. 박스뉴반스에게 일시적으로 빼앗겼던 최대 가수의 위치를 탈환하는 데 성공하고 출시 직후부터 빠르게 시장을 장악해 미국에서는 90%가 넘는 압도적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국내 식약처에도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지난 6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사노피 주최 백신 투자자 행사(Vaccines Investor Event)에서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안재용 사장(왼쪽)과 토마스 트리옹프(Thomas Triomphe) 사노피 백신사업부문 수석 부사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 양사는 공동개발 중인 21가 단백접합 백신 '스카이팩'의 임상 2상 결과를 공개했다. [사진제공=SK바이오사이언스]

국내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폐렴구균 백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앞서 국내 최초의 폐렴사슬알균 백신 PCV13 '스카이뉴모'의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다만 스카이뉴모는 화이자와의 특허 침해 문제로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PCV 중 가장 많은 혈청형 수인 21가수를 확보해 '계열 내 최고(best-in-class)'를 목표로 한 PCV21 '스카이팩(GBP410)'의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노피에 기술수출한 상태로 임상 2상에서 우수한 면역 원성과 안전성을 확인했다. 내년 상반기 중 임상 3상에 진입해 2027년 허가 절차 돌입을 목표로 한다. MSD 역시 PCV21인 'V116'을 개발하고 있다.

바이오중기벤처부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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