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 기업이 뛴다]韓은 좁다…SK·포스코·롯데·고려아연 청정수소 영토 세계로

2050년 수소 자급률 60% 중 3분의2를 수입하기로
해외 수소 생산 프로젝트 활발…"국가적 지원책 절실"

우리 정부는 수소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설정하고 2050년까지 청정수소 자급률을 60% 이상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2050년 총 수소 공급 목표량 2억8000만t의 82.1%인 2억3000만t을 해외에서 수입하기로 했다.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확보가 유리한 해외에서 수소자원을 값싸게 생산해 국내로 들여오는 것이 더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일본, 독일, 호주 등 대부분 국가에서도 수소 생산과 수입 투트랙 전략을 구사한다.

우리 기업들도 해외 수소 공급망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홀딩스과 삼성엔지니어링이 포함된 3개국(한국·프랑스·태국) 6개사 컨소시엄은 앞으로 47년간 오만에서 그린수소 사업을 독점적으로 개발·생산할 수 있는 사업권을 확보했다. 국내 기업이 추진하는 해외 최대 규모 그린수소 독점 사업이다. 2030년부터 연 22만t의 그린수소를 생산해 암모니아로 합성한 후 국내에 도입할 계획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달 롯데케미칼, 한국전력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를 상대로 총사업비 155억달러 규모 블루암모니아 생산 협력 의향서(LOI)도 체결했다. 블루암모니아란 탄소포집·저장(CCS) 기술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블루수소로 만드는 암모니아를 말한다.

지난 1일 호주 퀸즐랜드 타운즈빌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그린수소 생산기지 ‘SunHQ’ 착공식에서 (왼쪽부터)스캇 스튜워트 퀸즐랜드 주정부 자원부 장관,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 다니엘 킴 아크에너지 CEO, 케시 다나나 아크에너지 부회장, 폴 매카트니 청정에너지금융공사 CIO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고려아연]

롯데케미칼은 작년 5월 총 6조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120만t의 청정수소를 생산·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독일 에너지기업 RWE, 일본 미쓰비시 상사와 미국 텍사스 코퍼스 크리스티항 지역 청정 암모니아(블루·그린) 생산·수출 프로젝트를 위한 공동 연구협약을 체결했으며, 미국 톨그래스와 국내 청정 암모니아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말레이시아 사라왁에서는 글로벌 청정 수소·암모니아 생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국내 기업 최초로 해외에서 그린수소를 직접 생산한다. 이달 1일 호주에서 그린수소 생산공장 ‘SunHQ’의 첫 삽을 떴다. 연간 그린수소 목표 생산량은 155t으로, 현지 최대 규모다. 내년 1분기 말 시범 생산에 들어간다. 지난 7월엔 한화임팩트, SK가스와 함께 2030년까지 호주에서 신재생에너지 단지를 개발하고 연간 28만t 규모 그린수소를 생산해 이를 그린 암모니아로 바꿔 연 100만t 이상을 한국으로 들여오기 위한 한국-호주 컨소시엄 본계약을 맺었다.

지난 6월 포스코홀딩스가 주도하는 글로벌 컨소시엄 참가 관계자들이 계약을 체결하는 모습. 왼쪽부터 이기열 삼성엔니지어링 상무, 스테판 고베흐 엔지 전무, 프레드릭 끌로 엔지 아시아·중동 총괄 책임자, 살림 빈 나세르 알 아우피 오만 에너지광물부 장관 겸 하이드롬 이사회 의장, 조주익 포스코홀딩스 수소사업팀장, 이영재 한국남부발전 수소융합처장, 홍기열 한국동서발전 해외사업실장, 노빠짓 차이와나쿱트 PTTEP 전무 [사진제공=포스코홀딩스]

SK에코플랜트는 캐나다 그린수소 ‘뉴지오호닉’ 프로젝트에 수전해기를 공급한다. 프로젝트 완료 시 2025년 그린수소 연간 18만t, 그린암모니아 108만t을 생산할 수 있다. 그린수소를 그린암모니아로 전환해 유럽 등 다른 대륙으로 운송하는 초대형 상용 그린수소 사업이다. SK에코플랜트는 프로젝트 중 1단계 사업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호주 수소기업 IGE와 현지에 하루 최대 300t 규모 그린수소 생산시설을 짓기로 했다. 2028년 상업운전이 목표다.

SK E&S는 국내에서 수소를 캔다. 천연가스 산업 인프라를 활용해 청정수소 중간단계로 블루수소를 생산한다. 충남 보령에 생산공장을 새로 지어 인근 LNG 인프라와 호주 폐가스전,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을 이용해 2026년 연 25만t 규모 친환경 블루수소를 생산 및 공급한다.

전문가들은 청정수소를 직접 생산하는 기업들에 생산비 차액 지원 등 더 강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을 제언한다. 장현숙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위원은 “일조량과 풍속이 좋지 않은 국내 여건상 그린수소 생산단가가 불리하다”며 “경쟁국 대비 생산 인센티브가 부족해 향후 생산단가 격차는 심화할 전망”이라고 했다. “수소 생산비용 차액 지원제도를 법제화해 민간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SK E&S '보령 블루수소 생산기지' 예상 조감도 [사진제공=SK E&S]

올해 1월 그린수소 보조금 지원 근거를 마련한 수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유럽연합은 탄소차액지원계약제(CCfD),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그린수소 생산에 정부가 직접 보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소산업 전 단계 중 생산단계 경쟁력이 취약한 우리나라는 지원이 더욱 절실하다”며 “정부가 준비 중인 청정수소 등급제에서 더 나아가 그린수소의 경우 생산차액을 보전하는 국가적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원자력발전을 활용해 수소를 만드는 ‘핑크수소’는 수소 가격을 낮출 과도기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LG경영연구원은 지난 3월 ‘수소경제, 정책 지원으로 견인한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국은 그린수소 외에 블루수소와 핑크수소도 청정수소 범위에 포함해 2030년 1000만t 규모 수소경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청정수소 생산비용을 낮출 수 있는 공급 촉진 정책에 초점을 두면서 생산자에 충분한 투자 유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산업IT부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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