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인수 1년 맞은 'X', 기업가치 반토막…'너무 비싸게 샀다'

59조 주고 매입했으나 26조로 급락
핵심 광고주 비용 67%나 줄어들어

전 세계를 호령하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인수된 지 1년 만에 기업 가치가 반토막 났다. 트위터에서 '엑스(X)'로 변신, 슈퍼 애플리케이션(앱)으로의 전환이 진행 중인 상태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인수 이후 공개적으로 너무 큰 비용을 치렀다고 외쳤던 머스크의 후회가 현실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론 머스크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절반 가격에 샀어야" 머스크의 후회 현실화

블룸버그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은 30일(현지시간) 엑스의 내부 문서를 인용해 엑스의 기업 가치가 현재 약 190억달러(약 26조원)로 평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가 지난해 10월 트위터를 인수할 당시 주당 54.20달러로 총 440억달러를 지불했던 것을 감안하면 기업 가치가 약 55% 감소한 것이다.

엑스는 직원들에게 스톡그랜트(stock grant)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자체 평가한 기업 가치를 공개했다. 스톡그랜트는 보유 자사 주식을 임직원에게 무상으로 부여하는 인센티브 방식이다.

엑스의 기업 가치 하락은 머스크도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다. 현재 엑스의 사주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머스크 본인이 인수 직후부터 줄곧 너무 큰 비용을 치렀다는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그가 지난해 4월 먼저 트위터를 인수하겠다고 선언한 뒤 금세 허위 계정을 이유로 계약 파기를 시도했던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였던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는 지난 3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는 회사 가치를 200억달러로 본다며, 회사를 '역 스타트업(inverse startup)'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또 지난 4월에는 언론 인터뷰에서 회사 가치가 지불한 것의 절반 수준이라고 되풀이했다.

머스크가 무리하게 트위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비용을 대기 위해 엑스는 130억달러의 빚을 지기도 했다. 이로 인해 엑스는 연간 약 12억달러의 이자를 내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사용자·광고주 줄고 유료 구독 모델도 '그닥'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엑스는 머스크의 급진적인 정책 속에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한 직후 직접 본사 건물에서 먹고 자며 모든 사업을 일일이 살폈다. 그 과정에서 직원이 대량 해고되고, 핵심 사업이 흔들렸다. 사명도 바뀌었으며 브랜드 가치의 핵심이었던 '파랑새' 로고도 검은 알파벳 엑스로 변경됐다.

머스크가 인수한 이후 엑스의 1년 성적은 그야말로 '낙제' 수준이다.

우선 사용자가 줄었다. 데이터 회사 앱토피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대비 올해 9월 엑스에 매일 로그인한 사용자는 13% 감소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스냅챗 등 다른 SNS의 이용자는 증가하는 추세인 점을 감안하면 상반된 모습이다. 머스크가 인수한 이후 트위터에 허위 정보가 쏟아지고 각종 혼란이 발생하면서 다른 SNS로 이동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이 과정에서 핵심 수익 모델인 광고는 크게 줄었다. 엑스가 상장 폐지하기 전에는 연간 45억달러의 광고 수익을 올렸다. 시장정보회사인 센서타워 데이터에 따르면 엑스의 상위 5개 광고주는 머스크의 인수 전과 비교해 광고 비용을 67% 줄였다고 한다. 사용자가 감소한 상태에서 이미지가 나빠진 엑스에 굳이 광고를 붙일 필요성이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머스크 본인도 지난 6월 회사가 '적자 현금 흐름'을 보여 어렵다면서 광고 수익이 반토막 났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엑스의 수익 구조가 광고에 편중된 상황에서 머스크는 인수 직후 유료 구독 모델을 도입해 사업 구조를 다변화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그마저도 상황은 녹록지가 않다. 블룸버그는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연구원 트라비스 브라운의 분석을 인용해 월 8달러를 내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가 95만~120만명 수준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가입을 제안한 이용자의 1%도 채 되지 못하는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엑스가 구독 서비스를 통해 연 1억2000만달러도 채 안 되는 수익을 창출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맷 나바라 SNS 전략가 및 평론가는 유로뉴스 넥스트에 "우리는 엑스가 죽었다고 보진 않는다. 하지만 퇴보했고 악화했으며 가치가 줄었고 덜 유용해졌다"고 평가했다.

머스크, 슈퍼 앱 포부 여전

이러한 대외적인 평가에도 머스크는 엑스의 미래에 대해 여전히 낙관적이다. NYT가 입수한 녹음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주 인수 1주년을 기념하는 사내 모임에서 엑스가 데이팅 서비스와 채용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만능 앱이 될 수 있다는 포부를 늘어놓았다.

최근 음성·화상 통화가 가능한 기능을 내놓은 데 이어 머스크는 채용 서비스를 탑재하기 위한 실험도 진행 중이며 '엑스와이어(XWire)'라는 뉴스 통신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글의 유튜브, 마이크로소프트(MS)의 링크드인, 시젼의 PR뉴스와이어와 경쟁할 계획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현재 엑스의 CEO인 린다 야카리노도 이 모임에서 엑스의 비전을 보지 못한 사람들이나 엑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말라며 격려했다.

야카리노 CEO는 이달 초 금융 관계자들을 만나 엑스가 내놓을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2팀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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