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해영기자
'리틀 버핏'으로 불리는 헤지펀드계 거물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탈 회장이 최근 미 국채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하기 직전까지 국채 가격 하락에 베팅해 2억달러(약 2700억원)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애크먼 회장은 최근 두달여간 미국 30년 만기 국채 가격 하락(=채권 금리 상승)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파생상품 옵션을 활용해 이 같은 투자수익을 올렸다. 애크먼 회장은 지난 8월 "미 장기 국채가 과매수됐다"며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Fed가 금리를 계속 올림으로써 채권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는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미 정부의 대규모 적자도 국채 공급 증가로 이어져 가격을 떨어뜨릴 것으로 봤다.
이후 미국 국채 금리는 계속 상승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고금리 장기화를 예고하면서 지난 8월 말부터 급속히 올라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것이다. 애크먼 회장이 장기 국채 과매수 구간 진입을 주장한 지난 8월만 해도 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약 4.3%였다. 이후 약 두달 만인 이달 23일에는 5.18%까지 올랐다. 불과 두달 후 금리가 0.9%포인트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미 3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기준으로는 5.09%대로 소폭 내렸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국채 가격은 채권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만큼 애크먼 회장은 최근 3개월간 국채 금리 변동을 이용해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애크먼 회장은 최근 3억달러를 벌어들였으나 이 중 1억달러를 위험 프리미엄으로 지출해 총 2억달러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130억달러 규모의 퍼싱스퀘어 간판 펀드가 지난 17일 기준 11.6%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애크먼 회장은 지난해에도 국채 가격 하락에 베팅해 23억달러(약 3조1200억원)의 수익을 거둔 바 있다. 그는 2021년 12월 미 국채 2년물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고 국채 가격 하락에 집중적으로 베팅했다.
하지만 애크먼 회장은 최근 미국 경제가 빠르게 둔화되면서 국채 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두달여 만에 미 국채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했다. 그는 지난 24일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경제는 최근 데이터가 시사하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둔화하고 있다"며 "채권 공매도 포지션을 모두 청산했다"고 밝혀 향후 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