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만 시청률 7배↑…소문난 현대홈쇼핑 'AI 실험'[르포]

업계 최초 AI 기술·3D 아바타 도입
자체 시청률 창출해야 한단 위기감
론칭 한 달만 시청률 7배·매출 2배↑
"향후 AI 기술 고도화 힘쓸 것"

"팬츠랑 매칭하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요."

지난 4일 오전 9시, 생방송 촬영이 한창인 '서아랑의 쇼핑 라이브' 대화방에 이같은 시청자 댓글이 올라오자 서아랑 쇼호스트 옆으로 'AI 스타일링' 문구가 반짝였다. 이어 서 쇼호스트가 카메라를 향해 "3, 2, 1, 찰칵!"하고 외치자 이날 판매 상품이었던 울 캐시미어 재킷에 데님 팬츠를 입은 서 쇼호스트의 가상 모습이 방송 화면에 등장했다. 시청자 댓글창엔 "팬츠와 입어도 캐주얼하게 잘 어울리네요"라는 시청자 반응이 올라왔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이전엔 최대 5벌까지 시착할 수 있었는데, AI 기술 도입 이후 최대 20벌까지 착장샷을 제공할 수 있다"면서 "시청자들이 다양한 매칭 모습을 볼 수 있어 구매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현대홈쇼핑 '서아랑의 쇼핑 라이브' 방송 캡처 화면 [사진제공=현대홈쇼핑]

현대홈쇼핑은 지난 8월 30일, 서아랑의 쇼핑 라이브에 AI 기술을 도입, 업계 최초로 신개념 방송 프로그램을 론칭해 주목 받았다. 방송 중 시청자가 "빨간 스커트와 매칭한 모습 보고 싶어요"와 같이 요구 사항을 전달하면 서 쇼호스트가 실시간으로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타일링 모습을 보여주는 식이다. 쇼호스트와 외모, 체형, 목소리까지 똑 닮게 개발된 3D 아바타 '랑이'도 등장한다. 랑이는 판매 상품이 바뀔 때, 상품별 중요 포인트가 있을 때, 시청자 댓글창에 중요 요청 사항이 올라올 때 방송 오른쪽 화면에 등장해 시청자 주의를 환기하고 흥미를 유발하는 역할을 한다.

상당한 비용에도 불구, 현대홈쇼핑이 'AI 실험'을 결정한 데는 TV 시청자 수 감소, 시청층 고령화 등 나날이 악화하는 영업 환경에 대한 위기감이 주효했다. 과거에는 홈쇼핑 채널이 '재핑'(채널을 돌리다가 중간에 있는 채널의 시청률이 높아지는 현상)에만 의존했다면, 이제 수동적으로 유입 고객을 기다리기보다 자체 콘텐츠를 통해 시청률을 직접 창출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현대홈쇼핑은 장기적으로 콘텐츠 개발 측면에서 AI 기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올해 초 'AI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고 전문 인력을 채용하는 등 전사적으로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실험 한 달째, 반응은 긍정적이다. 8월 30일 론칭 이후 매출은 2배 이상, 시청률은 평균 7배 이상 올랐고, 40대 시청자가 유입돼 평균 시청자 연령층도 대폭 낮아졌다.

현대홈쇼핑 '서아랑의 쇼핑 라이브' 촬영 현장 [사진제공=현대홈쇼핑]

현대홈쇼핑은 AI 기술의 시청자 소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앞으로도 자체 기술 운용 능력을 고도화하고 AI 기술 도입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 AI 연구·개발을 계속할 계획이다. 단기적으로는 랑이와 서 쇼호스트의 유사도를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패션뿐 아니라 건강식품, 여행 등 다양한 판매 상품에 맞는 AI 아바타들을 추가 개발한다는 게 목표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시청자의 다채로운 니즈와 취향에 맞는 AI 기술과 방송 연출 방식을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면서 "AI 기술을 통해 시청자들이 보다 수월하게 구매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정보를 전달하고 나아가 방송을 하나의 콘텐츠로 즐길 수 있도록 보는 재미까지 선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통경제부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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