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났다. 푸틴 대통령은 직접 북한에 인공위성 개발을 돕겠다며 이번 회동이 우주기지에서 열린 취지도 여기에 있다고 밝히면서 러시아의 핵심 로켓기술이 북한으로 이전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양국 정상이 만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러시아가 지난 2012년 건설한 첨단 우주기지로 과거 옛 소련시절부터 핵 미사일 기지가 자리했던 지역으로 알려져있다. 2016년 로켓 발사에 성공한 이후 현재 러시아의 달 탐사 프로젝트의 대부분이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께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아무르주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났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환영하며 "양국 수교 75주년을 기념해 환영 인사를 전한다.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돕겠다"며 "이번 회담 장소로 우주기지를 선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군사기술 협력 등 모든 주제에 대해 폭넓게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4년5개월만에 두번째 만남을 갖게 된 두 정상의 회담 내용은 별도로 공개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이 바쁘신 와중에도 초청을 해줘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회담 전 우주기지 견학을 갖고 기지의 주요 시설들을 함께 돌며 러시아 우주기술 및 로켓의 특성 등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고 타스통신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수행단과 함께 러시아의 소유즈-2 로켓과 앙가라 로켓 등의 핵심기술에 대해 많은 질문을 하고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지 견학 설명에 나선 러시아 우주기업 로스코스모스 대표인 유리 보리소프를 비롯한 기술진들의 설명을 들으며 직접 수첩에 메모를 기록했다고 타스통신은 전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회동이 이뤄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지난 2012년 러시아에서 새로 설립한 우주기지로 부지 면적만 550㎢가 넘어 서울시 면적과 맞먹는 거대한 우주기지다. 약 5㎢ 규모인 나로우주센터보다 110배 이상 넓다. 2016년 이후 러시아의 대부분 우주발사체는 이곳에서 발사되고 있다.
이곳은 연해주에서 한참 내륙으로 들어온 러시아 아무르주 치올콥스키 지역 일대에 위치해있으며, 과거 인근지역인 스보보드니에 핵미사일 기지가 위치해있었다고 한다. 대규모 우주기지와 함께 약 2만5000명의 거주민이 살 수 있는 거주지구가 마련돼 있으며 지난 8월에는 러시아의 달 탐사선인 루나-25가 발사되기도 했다.
과거 옛 소련 당시 러시아 최대 우주기지는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였으나 소련 붕괴 이후 이곳이 카자흐스탄 영토가 돼 러시아가 해당 기지를 임차해 사용하는 상황이 되면서 별도 우주기지 건설이 필요하게 됨에 따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가 건립됐다. 향후 각종 신규 로켓 개발은 물론 달에 유인기지 건설을 위한 위성 및 로켓발사도 주로 이곳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러시아 방문시 이곳의 시찰을 강력히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핵심 5대 국방과업 중 하나로 정찰위성 발사를 목표로 뒀으나 올해 진행한 두차례의 위성 발사에 모두 실패하면서 기술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이에따라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 및 탄약을 공급하는 대가로 핵심 로켓 기술을 이전받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번 러시아 순방에는 북한에서 군사정찰위성 개발을 총괄하는 박태성 국가비상설우주과학기술위원장도 수행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실제 기술이전 여부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