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길기자
넷플릭스 2분기 구독자 수는 2억3840만 명. 전년 같은 기간보다 589만 명 늘었다. 매출도 81억8700만 달러로, 2.7% 증가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이 예상한 83억 달러에는 미치지 못했다. 구독자 한 명당 평균 매출이 줄어서다. 넷플릭스는 "꾸준한 발전을 이뤘지만, 성장 속도를 내기 위해 할 일이 더 많다"고 밝혔다. 과감한 콘텐츠 투자 예고가 아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수익성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다. 올해 지출을 3억 달러 줄이고 계정 공유 금지, 광고 요금제 등 다양한 사업을 구체화한다.
봉준호 감독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영화 '옥자'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디즈니의 전략도 다르지 않다. 디즈니+의 2분기 구독자 수는 1억4610만 명. 전년 같은 기간보다 7.4% 줄었다. 비용 절감에 따른 적자 폭 감소에 만족해야 했다. 디즈니는 가격 인상, 광고 요금제 도입 등으로 수익성 확대에 나선다. 한국에서도 11월부터 기존 멤버십 가격을 4000원 올리고, 하위 등급 멤버십을 새로 만든다. 밥 아이거 최고경영자(CEO)는 "복귀하고 8개월 동안 회사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비즈니스 중심으로 창의성을 회복하고,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두 기업이 새롭게 구상하는 돌파구는 콘텐츠 수익 다각화다. 디즈니는 마블 스튜디오와 스타워즈 시리즈의 제작 편수와 예산을 대폭 줄인다. 한편으로 콘텐츠에 도움이 되는 전략적 파트너를 찾아 저비용 고효율을 실현하고자 한다. 지난 5년간 600억 달러를 콘텐츠를 투자한 넷플릭스도 새로운 수익 창구 모색이 한창이다. 일정한 순환 고리를 마련하면서 증가세가 꺾여 콘텐츠 활용에 대한 고민이 불가피해졌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안은 영화관과의 협력이다. 가장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창구라서 오래전부터 배급을 타진했다. 2017년 넷플릭스의 '옥자'가 대표적 예다. 온라인 서비스와 영화관에서 동시에 공개했다. 영화관에서 먼저 개봉하고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온라인 서비스하는 관행을 따르지 않았다. 멀티플렉스 3사(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는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CGV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자사 플랫폼으로 이용객을 유인하며 영화산업 생태계를 무시하고 있다"며 "홀드백(콘텐츠 부가 판권이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넘어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두고 온라인 서비스하지 않는다면 상영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도 동조해 '옥자'는 중소 영화관에서만 관람할 수 있었다.
냉랭한 기류는 오래가지 않았다. 메가박스가 2019년 멀티플렉스 최초로 넷플릭스 영화를 상영했다. 티모시 샬라메가 주연한 '더 킹: 헨리 5세'다. 배경에는 홀드백 조정이 있었다. 앞서 넷플릭스는 '로마'를 중소영화관 개봉 이틀 뒤 자사 플랫폼에 공개했다. '더 킹: 헨리 5세'는 개봉 아흐레 뒤 송출했다. 또 다른 기대작 '아이리시맨'은 이레, '결혼 이야기'와 '두 교황'은 아흐레로 홀드백을 설정했다. 당시 넷플릭스 측은 "창작자와 시청자 모두의 요구를 반영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전자는 다채로운 방식으로 관객에게 콘텐츠를 소개할 수 있으며, 후자는 스크린으로까지 영화 관람의 경험을 확장할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영화관이 심각한 위기를 겪으면서 판도는 바뀌었다. 홀드백으로 2~3주를 고수해오던 CGV부터 꼬리를 내렸다. 2021년 4월 영화 '서복'의 티빙·영화관 동시 공개를 허용했다. 협의 과정에서 CGV는 어떤 목소리도 내지 못했다. 당장 스크린에 걸 영화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당시 박스오피스 10위권에는 재개봉 영화만 세 편(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중경삼림)이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그해 9월에는 이미 OTT에 공개된 한국 영화들을 대거 CGV 스크린에 걸었다. '사냥의 시간', '콜', '차인표', '승리호', '낙원의 밤', '새콤달콤', '제8일의 밤' 등이다. 울며 겨자 먹기식 상영으로 홀드백을 법제화할 명분을 잃어버렸다.
열악한 형편은 올해 엔데믹으로 한결 나아졌다. OTT 영화를 외면할 수준은 아니다. 누적 관람객 수 등이 코로나19 확산 전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 한국 영화 투자사들이 지난 3년 동안 큰 손해를 입고 하나둘 철수해 2025년 즈음 긴 가뭄을 맞을 수도 있다. 다수 OTT·영화관 관계자는 "영화관과 OTT 모두 새로운 수익 창출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홀드백 등을 둘러싼 갈등이 의외로 순조롭게 봉합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와 면담을 갖고 있다.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일부는 "멀티플렉스가 최근 공연 실황, 스포츠 중계 등을 상영하는 만큼 OTT 드라마까지 포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롯데시네마는 드라마 '체르노빌', '파친코', '럭' 등을 이벤트성으로 상영해 큰 재미를 봤다. 관계자는 "OTT와 별다른 제약 없이 다방면으로 협업을 진행할 의사가 있다"며 "실제로 논의되는 콘텐츠도 있다"고 밝혔다. 메가박스 관계자도 "OTT와의 협업을 늘 염두에 두고 있다. 양질의 콘텐츠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방향성이 비슷하다"며 "대형 스크린과 최적의 음질을 요구하는 콘텐츠를 제공한다면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CGV 관계자는 OTT와의 협업에 긍정 의사를 밝히면서도 "어느 정도의 홀드백 조율이 먼저 필요하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 일찍이 '옥자'를 개봉하며 이런 흐름을 예견했다. "넷플릭스와 계약할 때 영화관에서 개봉한다는 협의가 있었기에 안심하고 계약했다"면서 "(칸국제영화제 진출작은 프랑스 극장에서 배급되는 영화여야 한다는 원칙이 세워지는 등) 일련의 사태가 있었지만 결국 전부 공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석한 테드 서랜도스 현 넷플릭스 공동 CEO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영화관과 OTT 모두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OTT와 영화관은) 상호 배제적 관계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