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의 Defence Club]軍, 흉상 이전 여론 악화에 '눈치전'

홍범도 장군흉상만 이전하는 것으로 가닥
靑 “국방부·육사”, 국방부 “육사” 책임회피

국방부와 육군사관학교가 독립군·광복군 영웅 5인의 흉상 이전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세지면서 한 발 물러섰다. 당초 5인의 흉상을 모두 이전하겠다는 방침을 바꿔 여론을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29일 아시아경제와 전화통화에서 “육군사관학교는 생도교육시설인 충무관 앞에 조성된 5인의 흉상 중에 홍범도 장군의 흉상만 옮기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며 “국방부는 청사내 홍 장군의 흉상 이전 문제에 대해 여론을 좀 더 지켜본 뒤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육사 충무관 앞에는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의 흉상이 설치돼 있는데 국방부가 최근 이들 흉상에 대한 이전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공산 전체주의 맹종 세력’을 맹렬히 질타하면서 흉상 이전은 탄력을 받았고, 육군사관학교는 독립운동가 기념업무를 대표하는 국가보훈부와 독립기념관에 관련 내용을 협조 요청해 협의도 진행했다.

하지만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이종찬 광복회장과 김좌진 장군의 손녀인 김을동 전 국회의원 등은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군의 기원인 독립전쟁의 역사를 뒤집으려는 매우 심각하고 엄중한 문제"라고 비판하자 분위기는 바뀌었다. 육군사관학교 총동창회도 29일 입장문을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보내 “역사적 평가가 상반되는 인물에 대한 조형물 배치는 신중해야 한다”며 “이러한 인물의 흉상에 육사 생도들이 거수경례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여론이 악화하자 대통령실은 "국방부와 육사가 잘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며 언급을 피하고 있다. 국방부도 육군사관학교의 결정을 지켜보고 국방부 내 흉상의 이전도 결정하겠다며 입장을 내부적으로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사관학교는 흉상을 이전하는 것은 교내 정비사업의 일환이기 때문에 당장 결정을 내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결정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육군사관학교가 먼저 결정을 내리겠냐”며 “교내 정비사업을 한꺼번에 결정한다는 이유로 이전 문제의 결정을 미룰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부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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