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진기자
내달 뉴욕 증시에 상장하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자회사 영국 ARM이 미 증권 당국에 등록 서류를 제출하며 나스닥 상장 절차를 공식화했다.
21일(현지시간) ARM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IPO)를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ARM은 클래스 A 보통주 상장을 위해 S-1 양식에 따라 신고서를 제출했다. 종목 코드는 'ARM'로 상장할 계획이며, 신주 발행 규모와 공모가액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ARM이 이날 SEC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ARM은 80억~100억달러(약 10조7300억~13조4100억원) 조달을 목표로 한다. 이번 IPO에 성공하게 되면 ARM의 기업가치는 최대 700억달러(약 94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IPO를 위한 투자자 설명회와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가액 결정 등의 일정을 감안하면 나스닥에서의 거래는 다음 달쯤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IPO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올해 미 증시 최대어가 될 전망이다. 상장 규모로는 2014년 상장한 알리바바(250억달러), 2012년 상장한 메타(160억달러)에 이어 미 증시 역사상 3번째로 규모가 큰 기술 기업 IPO가 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상장은 2021년 10월 상장한 전기차 제조업체 리비안의 공모 규모와 비슷하거나 조금 작을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 리비안은 상장을 통해 137억달러를 조달했다.
성공적인 IPO를 위해서는 스마트폰 재고 과잉 등 업황 악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 뉴욕 증시에서 가장 핫한 테마인 인공지능(AI) 붐은 상장 흥행 요소로 꼽힌다. ARM의 몸값 판단의 근거가 되는 동종업계 주가수익비율(PER)은 엔비디아(44.8배), 케이던스(40.6배), 시놉시스(35.3배), AMD(29.6배)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ARM 상장 작업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손 회장은 AI를 ARM의 상장 흥행 요소로 내세우기 위해 엔비디아를 앵커 투자자로 유치하는 작업도 직접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영국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둔 ARM은 PC의 중앙처리장치(CPU)와 스마트폰의 앱 프로세서(AP) 등 정보기술(IT) 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 설계에서 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아마존, 알파벳, 퀄컴, AMD 등 260개 기업이 ARM 칩을 사용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2016년 320억달러에 ARM을 인수했다. 소프트뱅크는 당초 2020년 엔비디아에 ARM을 최대 400억달러에 매각하려 했으나 각국 규제당국의 반대로 무산되자 매각 대신 미국 증시에 상장시켜 자금을 회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현재 소프트뱅크는 ARM 기업공개를 앞두고 비전펀드 1에 매각한 지분 25%를 재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