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출마에…與 내에서도 '도의 안 맞아' 곤혹

공무상 알게 된 비밀을 언론 등을 통해 누설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가 유죄 확정 석 달만에 '광복절 특사'로 사면된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이 다시 강서구청장 예비후보로 등록한 데 대해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사면 복권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출마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여당 내에서도 '도의에 맞지 않는다'며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국민의힘 4선 중진 윤상현 의원은 21일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이분은 일단 보궐선거 원인 제공자인데 기본적으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다시 나간다, 저는 일단 정치 도의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먼저 좀 이번 틈을 쉬고 총선에 투입(되는 게 어떤가)"라고 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청와대가 고발한 사건의 조사를 받기 위해 12일 경기도 수원지방검찰청에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수원=강진형 기자aymsdream@

김 전 구청장은 2018년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관련 의혹을 폭로했다 공무상 알게 된 비밀을 언론에 누설한 혐의로 기소돼 올해 5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고, 구청장직을 상실했다. 보궐선거는 오는 10월 치러지는데, 광복절 특사로 사면된 그가 다시 구청장직에 도전하면서 '정치 도의'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의원은 바로 구청장 보궐선거에 도전하는 것보다는 총선 출마가 낫다는 입장이다. 그는 "만약에 (보궐선거에) 졌을 경우를 생각해보라. 그럼 대통령도 이게 당 공천뿐만 아니라 대통령 사면권에 대한 논란으로 번질 수가 있다"며 "김 전 구청장을 공천을 하게 되면 야당이 결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서 "저희 당 입장에서는 참 아직까지도 결정하기 힘든, 곤란한 상황"이라며 "이유야 어쨌든 재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을 했기 때문에 과연 공천을 하는 것이 맞는지, 또 한편에서는 김 전 청장 건은 분명히 공익신고자이고 김 전 청장의 고발로 조국 일가의 내로남불과 조민 입시 부정이 드러났는데 과연 이런 식으로 공익신고자를 막는 게 맞느냐 이런 층도 있다"고 했다.

김 전 청장은 사면 직후부터 강서구청장직 복귀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며 연일 '더불어민주당 때리기'에 골몰하고 있다. 그는 지난 18일 예비후보로 등록한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할 정당은 ‘돈봉투 민주당’"이라고 민주당 후보들을 비판했고, 20일에는 "민주당이 16년간 독점했던 강서구에서는 화곡의 발전이 정체되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정부의 '공적 의지의 부재'를 지적하자, SNS를 통해 "본인에 대한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국회 뒤에 숨는 이 대표가 그런 공적의지를 가졌는지 궁금하다"고 SNS를 통해 저격하기도 했다.

야권은 김 전 구청장의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SNS를 통해 "40억 혈세를 퍼부어야 하는 보궐선거의 책임당사자가 구민들 앞에 서서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랄 판에 철면피처럼 또다시 자신을 뽑아달라고 한다"며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범죄자였던 자가 도덕성 운운하며 강서구 정치교체를 외치는 타락을 지켜볼 수만은 없다. 구민들을 우습게 여기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고 내려오라"고 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에게도 "지난 선거에 비위행위가 드러난 자를 공천해 구민들에게 극심한 피해를 안긴 사실만으로도 머리 조아리고 사죄를 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경고했다. 정의당은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권수정 전 서울시의원을 공천하기로 했다.

이슈1팀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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