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살해 후 교통사고 위장' 부사관의 전화…'보험금 나오죠?'

아내에 거액 채무 들키자 다툼 끝에 살해
혐의 전면 부인…"아내 극단적 선택" 주장

아내를 살해한 뒤 교통사고로 숨진 것처럼 위장한 혐의를 받는 육군 부사관이 거액의 사망보험금을 타내려다 미수에 그친 정황이 드러났다.

7일 연합뉴스는 살인,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 혐의를 받는 육군 부사관 A(47) 원사의 공소장을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 사건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범행 당일인 지난 3월8일 오전 보험사에 전화를 걸어 "아내도 다친 것 같은데, 접수됐느냐"고 묻는 등 사망보험금 명목으로 4억7000여만원을 받아 내려다가 미수에 그쳤다.

지난 3월 강원 동해시 구호동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당시 119대원들이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사진출처=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 연합뉴스]

범행 당시 A씨는 은행 빚 약 8000만원 등 다수의 저축은행과 카드사에 총 2억9000여만원에 이르는 채무를 지고 있었으며, 이를 제때 변제하지 못해 여러 차례 단기 대출까지 받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런 사정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A씨의 아내 B씨(41)는 자녀들의 학원비로 TV를 구매한 A씨에게 은행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요구했고, 이를 통해 그간 은행 계좌에서 다수의 대출 원리금 상환이 이뤄진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A씨는 B씨와 말다툼을 벌이던 중 B씨를 살해했다. 이러한 정황으로 미뤄볼 때 A씨는 숨겨왔던 거액의 채무를 아내에게 들키자 살인을 저지르고 이후 아내의 사망 보험금으로 자신의 채무 변제를 시도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수사기관은 A씨가 자택에서 B씨 목 부위를 압박해 사망에 이르게 한 다음, 차량까지 여행용 가방을 이용해 아내를 옮겨 조수석에 태운 뒤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것으로 봤다. 그러나 A씨는 수사 초기 단계부터 지금까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피해자 측 법률 대리인인 빈센트 법률사무소 남언호 변호사에 따르면 A씨는 사고 초기에는 졸음운전을 했다고 주장했다가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자 "아내가 극단적 선택을 했고, 이 모습을 자녀들에게 보여줄 수 없어 병원으로 아내를 옮기던 중 사고가 났다"고 진술을 바꿨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숨진 B씨 목 부위에서 '눌린 흔적'이 발견됐고, 교통사고 당시 B씨 발목뼈가 피부를 뚫고 나올 정도로 심한 골절상을 입었음에도 혈흔은 소량이었던 것 등 여러 타살 의심 증거들이 나타났다.

남 변호사는 "이 사건은 우연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 남편에 의한 살해로 인한 것"이라며 "현재까지도 A씨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유족 측은 강한 분노를 느끼고 있으며 실체적 진실이 밝혀져 가해자가 반드시 처벌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3월8일 오전 4시52분께 강원 동해시 구호동 한 도로에서 숨진 아내 B씨를 조수석에 태우고 가다가 옹벽을 들이받는 등 위장 교통 사망사고를 낸 혐의 등으로 사건 발생 100일 만에 구속돼 재판을 받아 왔다.

유족 측은 "범행이 잔인하고 피해가 중대하다"며 군 검찰단에 A씨 신상정보 공개를 신청했으나, 신상 공개에 따른 미성년 자녀와 A씨의 인권침해 가능성 등으로 인해 부결됐다. 제3지역군사법원은 오는 10일 A씨의 첫 공판을 진행한다.

이슈2팀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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