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美신용등급 강등에 일제히 급락...나스닥 2.17%↓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2일(현지시간) 피치의 미 국가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위험회피 심리가 부상하면서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개장 전 발표된 미국의 민간고용 지표가 예상을 크게 웃돈 것 역시 투심을 짓눌렀다. 주식 등 위험자산이 하락하면서 유가도 동반 하락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348.16포인트(0.98%) 떨어진 3만5282.52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63.34포인트(1.38%) 낮은 4513.39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10.47포인트(2.17%) 하락한 1만3973.45에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지수의 낙폭은 지난 2월 이후 가장 컸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15%이상 치솟아 16선을 넘어섰다.

S&P500지수에서 헬스, 필수소비재를 제외한 나머지 9개 업종이 모두 하락세를 기록했다. 특히 기술, 통신 관련 주가 2%이상 내려앉았다. 미 반도체기업 AMD는 예상을 웃도는 실적에도 불구하고 매출 감소 여파 등으로 전장 대비 7%이상 하락했다. 엔비디아는 4.78%, 인텔은 3.97% 미끄러지는 등 반도체주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솔라에지 테크놀로지는 부진한 실적으로 19%가까이 밀렸다. 오는 3일 장 마감후 실적 발표를 앞둔 애플과 아마존은 각각 1.55%, 2.64% 낙폭을 보였다. JD닷컴, 알리바바 등 중국 관련주도 중국이 미성년자 스마트폰 사용을 2시간 이하로 제한할 수 있다는 방침이 전해지면서 약세를 나타냈다. 반면 CVS헬스는 호실적에 힘입어 3%이상 상승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투자자들은 전날 늦게 피치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한 데 따른 여파, 새로 발표된 경제지표, 기업실적 등을 주시했다. 피치의 강등 결정 이후 하락 마감한 아시아증시, 유럽증시에 이어 뉴욕증시도 이날 장 내내 약세를 지속했다. 주요 국제신용평가사가 미 신용등급을 하향한 것은 2011년 S&P 이후 12년 만이다. 피치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배경으로 미 연방정부 재정적자 한도 증액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 갈등, 재정악화, 국가채무 부담 등을 꼽았다.

다만 이날 하락장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미칠 여파는 제한적이라는 게 월가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다"면서 "시장이 결정한다. 평가기관이 아니다"라고 미국 국채의 안전성을 강조했다. 그는 피치의 강등 결정이 "말도 안된다"면서 "AAA 등급처럼 우리보다 높은 등급을 받은 국가들이 많이 있지만, 그들은 미국의 기업 군사시스템 아래에 있다. 미국이 아닌 그들이 AAA가 되는 것이 다소 우스꽝스럽다"고 꼬집었다.

같은날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 역시 "결함있고, 부적절한 결정"이라고 피치의 신용등급 강등을 비판했다. 그는 이날 버지니아주의 한 행사에 참석해 "피치의 결정은 우리가 보고 있는 미국의 경제력에 비출 때 어리둥절하다"면서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 즉 미국 국채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유동적인 자산이며 미 경제가 근본적으로 강하다는 사실을 바꾸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날 뉴욕 채권시장과 외환시장에서 확인된 파장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달러화 지수)는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 국채 금리는 혼조세 속에서 변동폭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우려할 정도의 급격한 매도, 매수세는 없었던 셈이다. UOB그룹은 "미 국채는 여전히 가장 유동적이고 안정적 자산이기에 투자자들의 대량 매도 가능성은 적다"면서 "비 달러화로의 자산다변화 역시 강등보다는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10년물 금리는 이날 장중 한때 4.12%까지 올라 작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오안다의 에드 모야 수석시장분석가는 "강등 타이밍이 모두를 당황하게 만들었다"면서 "주식거래자들은 애플, 아마존의 실적을 앞두고 이러한 금리 급등, 불안감을 이익을 얻기 위한 기회로 이용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에드워드의 모나 마하잔 수석투자전략가 또한 "투자자들이 피치의 강등을 이익을 얻기 위한 이유로 활용할 수 있다"면서 "이번 결정이 경제, 시장에 대한 우리의 근본적인 관점에 여파를 미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에번스메이웰스의 브룩 메이 매니징 파트너는 "(등급 강등은) 실망스럽지만, 단기적으로 경제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는 다만 워싱턴 정가에 대한 경고"라고 진단했다.

향후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결정에 여파를 미칠 주요 고용지표 발표도 이어지고 있다.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에 따르면 이날 공개된 미국의 7월 민간 기업 고용은 전월 대비 32만4000개 증가해 다우존스가 집계한 예상치 17만5000개를 훨씬 웃돌았다.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의 누적된 기준금리 인상에도 고용시장 과열이 식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시그널로, 앞서 ‘점진적 둔화’가 확인됐던 전날의 노동부 구인·이직보고서(JOLTs)와 엇갈리는 결과다. 전날 발표된 미국 기업들의 구인규모는 2년여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어 노동시장이 점진적으로 둔화하고 있음을 보여줬었다.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오는 4일 미 노동부가 발표하는 비농업 부문 고용보고서로 쏠리고 있다. 통상 고용보고서 직전에 발표되는 ADP 민간고용은 일종의 선행지표 격으로 인식되지만, 그 추세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월가에서는 7월 비농업부문의 신규 고용이 20만명 안팎 늘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비농업 고용보고서가 둔화세를 나타낼 경우 최근 시장에 확산한 조기 긴축 기대감이 강화될 수 있다. 반면 시장 예상을 웃돌 경우 Fed의 긴축을 둘러싼 경계감이 재차 높아질 수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최근 연착륙 기대감에 힘입은 9월 금리 동결 관측이 우세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이날 오전 Fed가 차기 회의인 9월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82%이상 반영하고 있다. Fed가 6월 제시한 점도표 상으론 연내 한 차례 더 금리 인상이 가능하지만, 현재 시장에선 연말까지 동결 시나리오가 더 유력하게 손꼽힌다. 한편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은 올초 은퇴한 에스더 조지를 대신해 제프리 슈미드를 신임 총재로 선임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네브래스카 출신인 슈미드 신임 총재는 40년 이상 은행 및 규제 관련 업무를 해왔으며 오마하뱅크 설립을 주도하기도 했던 인물이다.

실적 발표도 이어지고 있다. 팩트셋에 따르면 현재까지 실적을 발표한 S&P500 상장기업 중 약 82%가 예상을 웃돈 것으로 파악됐다. 다음날에는 시가총액 1위인 애플, 아마존 등이 대기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실적은 뉴욕증시 흐름을 이끄는 주요 요소가 될 전망이다. 지난주에도 구글 알파벳, 메타플랫폼 등이 공개한 호실적이 증시 상승세를 견인했었다.

국제유가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강달러, 위험회피 심리로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88달러(2.31%) 하락한 배럴당 79.4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1팀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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