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렉스 들고 튄 10대…경찰도 발 뺐는데 닉네임 뒤져 잡았다

피해자가 직접 범인 잡고 물건 찾아
현행법상 시계 못 돌려받아 분통

중고 거래 도중 물건을 도난당한 피해자가 직접 범인을 찾아 경찰에 신고하고, 물건을 찾아내기까지 했다. 하지만 물건을 되돌려 받지 못했다. 피해자는 허술한 법체계에 분통을 터뜨렸다.

22일 연합뉴스는 중고 거래 사이트 당근마켓으로 1500만원 상당의 롤렉스 시계를 판매하려다 물건을 도둑맞은 사건을 보도했다. A(28)씨는 지난 2월 27일 당근마켓에서 롤렉스 시계를 B(18)씨에게 팔기로 하고 집 근처에서 만났다. B씨는 잠시 물건을 보자며 시계를 건네받더니 바로 달아났다.

피해자 A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단서가 부족해 범인을 잡기 힘들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A씨는 포기하지 않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직접 범인 검거에 나섰다.

A씨가 B씨에 대해 아는 것은 오직 닉네임 하나였다. 해당 닉네임으로 당근마켓을 샅샅이 뒤져 B씨가 명품 신발을 팔기 위해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한 게시글을 찾아냈다. 거기에 인터넷 사기 피해자들이 범인들의 휴대전화 번호와 계좌번호를 공유하는 사이트인 더치트에서 자신과 비슷한 피해를 본 피해자에게 일일이 연락, B씨의 사진과 거주지 등을 취합했다. A씨는 이 정보를 활용해 SNS에서 B씨를 찾아냈다.

피해자와 범인의 카톡 대화 내용.<br /> 피해자가 닉네임을 단서로 인터넷을 뒤져 찾아낸 범인과 중고 거래를 하는 척 대화 중이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이 모든 것을 해내는 대는 불과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일반인이 하루면 해내는 일을 경찰이 “잡기 힘들다”고 발을 뺀 것이다. A씨는 이 모든 정보를 사건 발생 다음 날인 2월 28일 경찰에 모두 전달했다. B씨는 결국 자수했다.

피해자의 노고에도 불구하고 범인이 미성년자로 처벌 수위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거기에 자수까지 한 상태여서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게 됐다. B씨는 “시계를 이미 헐값에 팔았고 그 돈을 다 썼다”고만 할 뿐 누구에게 팔았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이에 A씨는 3월 2일부터 다시 자신의 시계를 찾아 나섰다. 시계를 거래하고 감정하는 곳과 중고거래 사이트를 집중적으로 공략해 부산에서 자신의 제품이 매물로 나온 것을 알게 됐고, 즉시 부산으로 내려가 경찰과 함께 시계 매도자를 만났다.

B씨가 훔친 시계는 처음 500만원에 판매된 후 다시 800만원에 현 매도자에게 도달했다. 그는 1000만원에 물건을 내놓은 상태였다. 현행법상 물건을 도둑맞은 A씨는 현 주인의 매입 금액인 800만원을 지불해야 시계를 돌려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하루 만에 도둑을 잡고, 사흘 만에 시계를 찾았음에도 물건을 되찾을 수 없는 A씨는 허술한 법체계에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범인이 실형도 안 받고 나만 혼자 손해를 보게 됐다. 이게 대한민국 피해자의 현실이다. 절도 당한 게 죄”라며 “초범에 미성년자면 범죄를 저질러도 된다고 부추기는 꼴이다. 법이 약하니 미성년자 범행이 유행하는 거 아닌가. 피해자가 아무런 보호를 못 받는다”고 매체에 토로했다.

이슈2팀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