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송승섭기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요 20개국(G20)의 재정·통화수장을 만나 한국 정부의 지출 최소화 기조가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국제금융 문제에서도 취약국의 부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다만 정상회의를 앞둔 마지막 G20 재무장관 회의임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회원국 간 갈등으로 합의문 도출에는 실패했다.
추 부총리는 지난 17일부터 18일까지 인도 간디나가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참석해 “고물가 대응을 위해서는 통화정책뿐 아니라 재정정책의 공조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의 재정지출 증가 최소화 노력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 국내로 과도하게 전이되는 것을 방지하는 정책이 한국 소비자물가지수를 2.7%까지 하락시키는 요인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의는 오는 9월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재무분야 논의결과를 정리하기 위해 마련됐다. 회의에는 G20 회원국과 초청국의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WB) 대표가 참석했다.
추 부총리는 첫 세션이었던 세계 경제·보건 분야에서 공급망 회복력을 높이기 위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등의 국제협력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한국 또한 높은 제조업 기술력을 바탕으로 여기에 동참하겠다고 얘기했다. 또 한국 정부는 공급망 안보 강화를 위해 ‘공급망 기본법’을 마련해 국회에서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와 함께 실무회의 공동의장국을 맡은 국제금융체제와 관련해서는 선도발언을 통해 취약국 부채 문제를 해결하자고 촉구했다. 추 부총리는 취약국의 부채를 최대로 탕감해주는 ‘저소득국 채무재조정’의 신속 이행을 역설하고, 부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회원국 간 채권정보를 공유하자고 제안했다. 취약국 부채 문제 보고서인 ‘G20 부채노트’ 지지도 호소했다.
올해 말까지 합의해야 하는 IMF 쿼터에 대해서는 “한국 등 고성장 국가의 경제성장을 더 정확히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쿼터란 IMF 회원국의 출자금으로, 출자금에 따라 투표권이 달라진다. 한국의 쿼터는 1.81%로 투표권도 1.73%에 불과하다.
추 부총리는 한국이 사무국을 유치한 녹색기후기금에 대해서는 “기후변화 대응에 막대한 자금과 위험부담이 따른다”면서 “다자기후기금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오는 10월 만료되는 녹색기후기금 재원 보충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합의문 도출에는 실패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규탄 내용과 세계 경제 악화의 책임을 두고 회원국 사이 입장차가 컸기 때문이다. G20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열린 모든 재무장관 회의에서 합의문을 내지 못하고 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번 회담에서도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대해 확고한 규탄을 요구했다. 반면 러시아와 중국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러시아의 흑해곡물거래 참여 중단에 대해서도 일부 회원국이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