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올리브 주산지인 유럽 남부지역에 역대급 폭염이 계속되면서 올리브 오일 업계가 위기에 빠졌다.
17일(현지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은 "폭염으로 주산지인 스페인의 올리브 농사가 2년 연속 흉작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보도했다.
스페인 기상청은 최근 남부 지역의 최고 기온이 42℃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스페인은 전 세계 올리브 생산량을 절반 가까이를 담당한다. 올해 올리브 수확량은 개화기에 발생한 폭염 탓에 근 10여년간 최악의 흉작을 기록했던 지난해보다 28% 정도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올리브협회는 스페인의 올해 올리브 예상 생산량을 85만t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의 66만t보다는 늘어나겠지만 예년 평균 생산량인 130만t에는 한참 못 미치는 양이다.
국제올리브협회의 예상 생산량 수치는 이번 주 43도까지 오르는 등 하절기 폭염이 기승을 부리기 전에 나온 것이다. 가디언은 "실제 수확량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전했다.
앞서 스페인 기상청은 17일(현지시각)부터 사흘간 카나리아 제도와 안달루시아 지역의 기온이 40도 이상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보했다. 스페인 남부 마을 비야로블레도에서 기온은 47도까지 치솟았다.
매체에 따르면, 세계 최대 올리브 오일 생산업체인 필리포 베리오의 영국 법인장인 월터 잔레는 올해 스페인 작황이 안 좋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얼마나 안 좋을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밝혔다. 유럽 남부를 강타하는 기록적인 폭염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잔레는 또 지난해에는 이월물량이 남아있었지만, 올해에는 그마저도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탈리아와 포르투갈의 올리브 생산량도 줄 것으로 보여 스페인이 예상대로 85만t의 올리브를 생산해도 올리브 오일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올해 9월이면 보유한 물량이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현재의 소비량이 이어진다면, 올해 수확한 올리브로 만든 올리브 오일이 나오는 11월 이전에 품귀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잔레는 "영국 내 올리브 오일 도매가격이 올해 들어서만 이미 배로 올랐지만, 추가적인 가격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폭염으로 이탈리아의 토마토 농사도 생산량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가디언은 홍수로 올해 심은 토마토 중 15% 넘게 피해를 본데다 폭염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10% 정도 수확량 감소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이날 지중해 지역의 폭염이 이번 주 중반까지 이어져 국가별로 신기록이 경신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WMO는 "주중(7월 17일)까지 그리스와 튀르키예를 포함한 지중해 곳곳에서 폭염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8월에도 계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