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형기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미국에 알리고자 수도 워싱턴 DC 인근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이 보금자리를 잃은 것으로 확인됐다.
5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따르면, 워싱턴 평화의 소녀상은 현재 '워싱턴희망나비' 소속의 한 회원의 집에 보관돼 있다. 워싱턴 소녀상은 당초 워싱턴 DC 인근에 있는 버지니아주 애넌데일 한 건물에 설치됐으나, 지금은 철거됐다.
소녀상은 한국에서 제작된 뒤 2016년 11월 미국에 도착했다. 건립을 추진한 워싱턴희망나비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 해당 동상을 설치하고자 했다.
그러나 소녀상을 설치할 적절한 부지를 찾지 못했고, 결국 소녀상은 3년간 창고에 보관된 채 빛을 보지 못했다. 이런 사정을 알게 된 한 한인이 자기 건물 앞마당을 제공하면서 2019년 10월 비로소 버지니아의 한인타운에 자리를 잡게 됐다.
그러나 해당 건물 1층에 입주한 업체가 최근 소녀상이 설치된 앞마당을 사용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워싱턴희망나비는 대체 부지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새 부지를 찾는 과정이 길어지면서, 결국 지난 2일 단체는 소녀상을 한 회원의 집 뜰로 옮겼다. 소녀상은 이곳에서 잠시 머물렀다가 대체 부지를 찾으면 그곳에 재설치될 예정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조현숙 워싱턴희망나비 대표는 연합뉴스에 "자리를 제공하겠다고 한 분들은 있지만, 사람들이 통행하기 불편하거나 잘 보이지 않는 장소였다. 더 좋은 장소를 알아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또 최근까지 부지를 제공했던 건물주는 소녀상에 매우 호의적이었으며, 소녀상을 치우라는 정치적 압박을 받은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한편 해당 소녀상은 가로 200㎝, 세로 160㎝, 높이 123㎝로 서울 옛 주한 일본대사관 맞은편에 설치됐던 소녀상과 동일한 크기 및 형태를 지녔다.
이 소녀상은 설치되기까지 다사다난한 시기를 거쳤다. 2017년에는 메릴랜드주 솔즈베리 대학에 세우기로 한 뒤 건립 날짜까지 정했지만, 제막식을 한 달 앞두고 학교 측으로부터 무기한 연기를 통보받기도 했다.
이후 2019년 10월 말 버지니아주의 대표적 한인타운인 애넌데일에 비로소 설치를 완료할 수 있었다. 당시 버지니아주 정부 관계자 및 교민 100여명이 참석해 성대한 제막식을 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