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바꾸는 M]⑩'부모·아이만 가족인가요'...'新 공동체' 꿈꾼다

[M이 살아갈 세상]
가족에 대한 고정관념 없어…시민 결합 긍정적
LGBT·기후변화도 관심…다양한 공동체 지향

30세 여성 이민정씨는 현재 투룸 소형 아파트에서, 각방을 쓰고 거실을 공유하는 '셰어하우스'의 형태로 동성 친구와 살고 있다. 이씨는 "다른 사람과 연애도 하고 있지만, 굳이 결혼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그러나 혼자 사는 것은 외롭다. 같이 살 수 있는 마음 맞는 친구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금의 동거인과 지내는 것에 문제가 없다. 법적 보장만 된다면 같이 주택청약을 넣어서 당첨된 뒤, 지금과 같은 주거 형태를 이어나가고 싶은 심정이다. 그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중에 노인이 돼서 다 같이 모여 지내자는 목소리가 주변에서 나온다"며 "가족이라는 것이 꼭 부모와 아이로만 구성될 필요는 없지 않으냐"고 전했다.

가족에 대한 고정관념 없어…다양한 형태 지향

'밀레니얼 세대'(1980~1996년생·M세대)는 다양한 공동체의 형태를 지향한다. 이성 부모와 아이로 구성된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는 이들에게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아이를 꼭 낳아야 할 필요도 없으며, 결혼을 꼭 해서 법적 관계에 묶일 필요도 없다. 마음이 맞으면 친구와도 가족을 꾸릴 수 있고, 결혼하지 않고 연인과 동거해도 괜찮다. 고양이와도 살아갈 수 있고, 동성혼은 법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결혼해서 아이 낳고 기르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는 기성세대의 가치관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상적인 가족의 형태는 M세대를 기점으로 뒤바뀌기 시작했다.

설문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아시아경제가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달 31일부터 5일까지 전국 성인 남녀 20~69세 대상 1000명을 대상으로 패널조사를 실시한 결과 "법률·사실혼 외에도 동거, 동성혼 등 다양한 가족을 인정하는 '시민결합'에 찬성하느냐"는 질문에서 M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훨씬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경향을 보였다.

해당 질문에서 M세대의 응답은 '매우 그렇다' 9.9%, '그렇다' 36.5%를 기록해 긍정 응답이 46.4%에 달했다. 이는 '86세대'(1960~1969년생)이나 'X세대'(1970~1979년생)와는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86세대의 긍정 응답은 31.7%(매우 그렇다 1.7%·그렇다 30.0%), X세대는 36.3%(매우 그렇다 4.9%·그렇다 31.4%)였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추구하는 경향은 아래 세대로 가면서 강해지는 특성을 띠었는데, Z세대의 경우 긍정 응답은 49.0%(매우 그렇다 10.8%·그렇다 38.2%)로 더 높았다.

다만 같은 M세대도 성별에 따라 반응에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었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지지하는 경향은 여성이 남성보다 뚜렷하게 나타났다. M세대 여성의 경우 긍정 응답은 56.1%(매우 그렇다 11.6%·그렇다 44.5%)인데 반해 남성은 37.0%(매우 그렇다 8.2%·그렇다 28.8%)로 상대적으로 낮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관련 도서 베스트셀러 등극하고…법안도 발의돼

실제로 시민결합은 M세대에게는 몇 년째 화제다. 이미 2019년에 여성 2인이 동거하는 이야기인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라는 도서가 당시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지난해에는 여자 셋과 남자 둘이 단독주택에서 거주하는 '정자매 하우스 오늘도 열렸습니다'라는 제목의 도서가 출간돼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정치권에서도 관련 법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지난달 가족 구성원 3법(혼인평등법·비혼출산지원법·생활동반자법)을 대표 발의했다. 동성혼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혈연이나 혼인 관계가 아닌 두 성인이 일상과 가사를 공유할 경우 생활 동반자 관계로 규정해 제도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비혼출산지원법의 경우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아이를 갖고 싶은 사람을 위해 불임부부에 한정된 난임 시술을 누구나 지원받을 수 있도록 그 범위를 대폭 확대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LGBT·기후변화에도 관심…넓은 범위 공동체 지향

M세대는 시민결합에 열려있는 만큼, LGBT(성 소수자) 등 젠더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는 데 적극적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오래전부터 본인을 여성과 남성이 아닌 ‘시스젠더 헤테로섹슈얼 여성’ 등으로 정체성을 세분화하는 소개 글이 늘었다. 태어날 때부터 부여받은 성과 나를 인지하는 성이 동일하며, 이성애자인 여성이라는 뜻이다. 단순히 여성 또는 남성으로 구분되는 정체성에 대해 M세대는 동의하지 않는다.

최근 링크드인 등 글로벌 SNS에서는 ‘신 인칭대명사’로 불리는 ‘네오 대명사’(Neo pronouns) 가 등장했다. ‘그녀’(She) 또는 ‘그’(He)로 불리는 것을 떠나 'Xe'로 본인의 성을 칭하는 것이다. 다양한 정체성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이러한 흐름은 특히 Z세대에 가서는 정체성을 아예 쪼개서 재혼합하는 ‘미립자 정체성’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경향이 나올 수 있는 기저에는 M세대가 추구하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 있다. 인종이나 성별, 성적지향, 직업 등과 관련해 편견이 섞인 표현을 쓰지 말자는 뜻이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연구하는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MZ세대의 특징으로 “내가 존중받고 싶은 만큼 타인을 존중해야 한다는 세대”라며 “공동체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유난을 떠는 ‘선한 오지랖’의 모습을 보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는 곧 M세대가 왜 환경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알 수 있는 실마리기도 하다. 딜로이트 글로벌이 지난해 46개국 M세대 8412명, Z세대 1만4808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한국 M세대는 가장 우려하는 사안으로 ‘생활비’(49%)를 뽑았고, 그 뒤를 ‘기후변화’(28%)로 꼽았다. 해당 보고서는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M세대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경향이라고 분석했다. 인간만이 살아남는 공동체를 넘어 자연과도 공존할 수 있는 넓은 개념의 공동체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M세대는 당신이 혼자 살든, 같이 살든, 누구와 살든 신경 쓰지 않는다. 어떤 형태의 삶을 살아가던 그 자체를 존중할 것이다. 그리고 사회는 점차 새로운 시민과 가족 개념을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국제2팀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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