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체인저스]⑨글로벌 웹툰 신흥강자로 떠오른 리디

북미 웹툰 점유율 네이버에 이어 2위
콘텐츠 업종으로는 유일한 유니콘
넷플릭스 같은 구독형 서비스로 차별화

웹툰이라는 장르는 한국이 제일 먼저 시작했다. 2000년 천리안에서 온라인으로 만화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하며 ‘천리안 웹툰’으로 명명한 것이 시초다. 기존 종이 만화책 위주의 아날로그 시장을 디지털 중심으로 바꾸는 혁신의 시작이었다. K웹툰을 중심으로 한국 만화는 2021년 기준 수출액 8198만달러(약 1075억원)를 기록하며 K콘텐츠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을 수놓은 상수리나무 아래(사진=리디 제공)

웹툰계의 양대 산맥인 네이버·카카오 이외에 글로벌 웹툰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는 기업이 있다. 콘텐츠 업종으로는 유일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인 ‘리디’다. 리디의 ‘만타코믹스’는 북미 웹툰 시장에서 활성화 이용자 수 기준 네이버웹툰(70.5%)에 이어 2위(9.7%)다. 카카오엔터의 ‘타파스(8%)’가 3위로 뒤를 잇고 있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당시 배기식 리디 대표가 초대받기도 했다.

리디는 지난해 매출 2211억원, 당기순이익 448억원을 냈다. 2008년 창사 이래 14년 연속 매출이 매년 올랐다. 또한 ‘50분기 연속 성장’이다. 2010년 4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50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올랐다. 리디는 지난해 2월 싱가포르 국부펀드 싱가포르투자처(GIC) 등으로부터 1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유니콘’으로 거듭났다.

구독형 서비스로 차별화

리디는 2020년 11월 북미 시장에 ‘만타’를 선보였다. 웹툰 업계 최초 월정액 구독 모델을 적용했다. 건별로 결제하는 다른 웹툰 기업과 차별점을 보인 것이다. 월정액 구독료는 4.99달러다. 부담 없는 가격으로 모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앞세워 2년 만에 1000만 다운로드를 넘었다. 만타는 북미를 시작으로 175여개국으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지난 1월에는 스페인어 지원을 추가하며 글로벌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풍성한 IP(지식재산권)가 성공 요인이다. 리디에서 서비스 중인 콘텐츠가 30만여개에 달한다. 10년 넘게 전자책 리딩 기업으로 활동하면서 쌓아온 콘텐츠 제작 노하우, 콘텐츠 제휴사(CP)와의 네트워크 덕분이다. 북미에는 국내 히트작을 위주로 영어 번역본을 공개하고 있다.

특히 대표 웹툰 ‘상수리나무 아래’는 누적 조회 수 8000만회를 넘겼다. 상수리나무 아래의 ‘틱톡 챌린지’는 3만5000건 이상의 영상이 탄생했고, 이들의 누적 조회 수가 87억뷰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챌린지’는 가수의 안무를 따라 하는 영상이다. ‘상수리나무 아래 챌린지’는 웹툰 캐릭터를 활용하도록 유도했다. 팬들은 웹툰 장면에 음성이나 자막, 음악 등을 합성하고, 여러 가지 상황극을 만들어내는 등의 방식으로 챌린지에 참여했다. 원작 웹소설이 미국 포함 5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공격적인 마케팅의 일환으로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상수리나무 아래를 걸기도 했다.

16년째 리디 이끈 삼성맨

배기식 리디 대표(사진=리디 제공)

리디의 중심에는 2008년 창사 이래 리디와 함께한 배기식 대표가 있다. 서울대 전기공학 출신인 그는 ‘삼성맨’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삼성전자 벤처투자팀에서 일하던 도중 전자책 단말기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후 퇴사해 이니셜커뮤니케이션즈(리디의 전신)를 설립했다. 사업 초기에 출판사 수백여곳을 직접 돌아다니며 계약을 따낼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전자책 시장 1위에 오른 리디는 5년 전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시도했다. 배 대표가 리디의 메인 BM(비즈니스 모델)을 웹툰·웹소설로 옮긴 것이다. 대중에 친숙했던 ‘리디북스’라는 서비스 이름도 ‘리디’로 바꿨다. 사업 확장에 따라 체급이 커졌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투자설명회도 여러 차례 열었다. 삼성전자 벤처투자팀 시절 경험을 살린 것이다. 스타트업 정보 플랫폼 ‘더브이씨’ 자료를 보면 리디의 누적 투자 유치금액은 3855억원에 달한다.

무한 IP 확장으로 시장 이끈다

코엑스 별마당길을 수놓은 리디 웹툰(사진=리디 제공)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탈바꿈한 리디는 IP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경쟁력 있는 IP를 확장하기 위해 컴퓨터그래픽(CG), 특수영상·시각효과(VFX) 기술을 보유한 위지윅 스튜디오, CJ ENM과도 MOU(업무협약)를 체결했다. 리디의 웹소설을 CJ ENM이 영상으로 만들고, CJ ENM의 드라마·영화를 리디의 웹툰 및 웹소설로 선보일 계획이다.

또한 2020년부터 매년 진행해온 웹툰 공모전을 통해 신규 IP 발굴 노력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웹툰 OST’ 사업도 시작했다. 작품의 내용을 몰라도 가수의 노래를 듣고 웹툰에 유입되는 경우도 있으며 음원을 통한 부수적인 저작권 수입도 올릴 수 있는 마케팅 도구다. 대표적으로 상수리나무 아래 OST에 차은우와 에일리가 참여했다. 이 밖에도 소유, 진영, 문별, 가호 등의 아티스트가 리디의 다양한 웹툰 OST에 호흡을 맞춰왔다.

배 대표는 “리디는 주요 IP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내를 넘어 글로벌 웹툰 사업을 확장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며 “올해도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갖춘 원천 IP 발굴에 집중하고 다양한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견고히 하겠다”고 했다.

산업IT부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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