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세입자 구할 때 집 안 보여준 임차인… 대법 '보증금 반환 지연이자 못 받아'

이행제공 중지되면 동시이행 관계 부활
집주인 보증금 반환채무 지체 중이라 볼 수 없어

서울 서초동 대법원.

집주인을 상대로 한 보증금반환 소송에서 이긴 임차인이라도 새 세입자를 구하는 데 협조하지 않았다면 재판을 통해 받게 된 보증금과 지연이자 중 집을 보여주지 않기 시작한 때부터의 지연이자는 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보증금 반환과 세 들어 사는 부동산 반환은 서로 동시에 이행해야 하는 관계이므로, 임차 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나가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더라도 새로 들어올 세입자를 찾는데 협조하지 않았다면 부동산 반환을 위한 이행의 제공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세입자 A씨를 상대로 집주인 B씨가 낸 청구이의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2011년 10월부터 2년간 보증금 1억3000만원에 월세 55만원의 조건으로 B씨와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A씨는 계약기간이 만료되기 수개월 전 B씨에게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2013년 4월부터는 월세도 내지 않았다. 그런데 계약기간이 끝날 때까지 새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이에 A씨는 법원에서 임차권등기명령을 받아 2014년 6월 주택임차권 등기를 마치고 보증금 반환 소송을 냈다. B씨가 소장을 송달받고도 답변서를 내지 않아 A씨는 2014년 10월 승소 판결을 확정받았다. 당시 법원은 B씨가 보증금 1억3000만원에 더해 연 20%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이자)을 A씨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계약기간이 끝나기 전은 물론, 이후에도 새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집을 보여주는 것에 협조했던 A씨는 재판에서 이긴 뒤부터는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는 B씨에게 협조하지 않았다.

B씨는 법원에 강제집행을 막아달라고 소송을 내면서 얼마를 주는 게 맞는지 다퉜다.

쟁점은 지연손해금의 지급 여부였다. B씨는 A씨가 방에서 퇴거하지 않고 무단 거주하고 있으며, 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승소한 뒤에는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는 데 협조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인도'(퇴거) 의무와 '보증금 반환' 의무가 동시이행 관계에 있으므로 자신의 의무 불이행만을 이유로 지연 손해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맞섰다.

1·2심은 이 같은 사정이 보증금 반환 소송의 판결 이후에 새롭게 생긴 사유가 아니라는 이유로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가 판결 선고 이후 B씨의 협조 요청을 거절한 사실이 인정되는데 이는 판결 이후 새로 발생한 사유로 (의무) 이행제공의 중지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심은 A씨의 이행제공이 어느 시점에서 중지됐는지 심리해 그 시점까지의 지연손해금만을 인정하고, 그 이후에 발생한 지연손해금은 배제했어야 한다"며 2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동시이행 관계에 있는 쌍방 채무자 중 일방이 먼저 이행제공을 해 상대방을 지체 상태에 빠트렸다고 해도, 그 이행제공이 계속되지 않고 중지된 경우 과거에 이행제공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동시이행의 항변권이 소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상대방의 의무가 이행지체 상태에 빠졌다고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사회부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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