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비대면진료]③美·中·유럽은 ‘같은 길’…한국만 ‘외딴 길’

디지털 헬스케어의 분야인 비대면 진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비대면 진료는 스마트폰 등 IT기기로 진료·처방 등을 하는 행위를 말한다. 국내에서는 의료법에 따라 의료진과 환자 간 비대면 진료가 금지되지만 감염병 예방법에 따라 코로나 유행기 한시적으로 가능했다.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3개월 동안 제21대 국회에서 비대면 진료가 입법화되지 못한다면 3400만건의 한시적 비대면 진료 데이터는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다. 현재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법안 5건이 발의됐지만 진료 대상, 범위 등이 제각각인 상황이어서 공통된 의견을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 시범사업 안이 모범 사례로 활용될 가능성이 큰 만큼 규제를 대폭 완화해 한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패권을 놓고 경쟁 중인 미국, 중국, 유럽 모두가 같은 도로에서 경쟁하고 있지만 한국은 사실상 외딴 길을 가고 있다. 미국은 1990년 비대면 진료가 합법화돼 1993년 비대면 진료가 시행됐다. 미국의 비대면 진료는 공보험인 메디케어(medicare·65세 이상, 장애인 대상), 메디케이드(medicaid·저소득층 대상)로 보험 급여를 적용할 수 있거나 이외 사보험을 통해 보장받을 수 있는 체계로 구성된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공보험이 비대면 진료를 보장하는 범위를 대폭 확대했는데 다만 이는 내년까지만 적용되도록 했다.

중국은 비대면 진료가 가장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2014년 비대면 진료 도입 이후 2018년에는 온라인 병원마저 생겨났다. 유럽 중 프랑스는 2018년 비대면 진료 합법화와 의료보험 적용이 시행됐다. 코로나로 2020년 3월부터는 초진 환자 등을 포함한 모든 대상자가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영국은 2019년 영국국립보건서비스(NHS)를 통해 비대면 진료를 지원하고 있다. NHS는 모든 국민이 진료기록을 열람하고 장기 복용하는 약은 자동으로 처방전을 발급받을 수 있게 한 앱을 말한다.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규모는 2020년 1520억달러에서 2027년 5080억달러로 7년 새 3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35%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국, 일본, 중국, 유럽의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규모는 글로벌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한국은 1%도 안된다.

시장조사 기관 '마켓츠앤마켓츠'에 따르면 전 세계 비대면 진료 시장은 2019년 254억달러에서 2025년 556억달러로 6년간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별로는 북미가 154억달러에서 306억달러, 유럽은 50억달러에서 110억달러, 중국 영향으로 아시아·태평양은 36억달러에서 103억달러로 각각 성장한다. 국내에서는 비대면 진료가 불법인 태생적 한계로 집계치가 없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분야인 비대면 진료에 대한 규제 장벽은 해외보다 높은 수준이다. 여전히 법적으로 의사 간 원격 협진만을 허용하고 있다. 수십 년째 비대면 진료가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의료계 목소리에 따라서다. 대형 병·의원으로의 환자 쏠림 가속화를 불러와 동네 의원이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비대면 진료를 반대한다는 시각도 있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가 지속되고 있고 비대면 진료 기업의 인수합병(M&A)으로 성장세가 가파르다"면서도 "국내의 경우 비대면 진료가 제도화되지도 못한 탓에 국내 큰 기업은 해외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바이오헬스부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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