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기기자
서울 용산어린이정원이 어린이날을 하루 앞두고 개방하면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120년 동안 민간에 개방되지 않은 '금단의 땅'이었던 공간이 다시 시민 품으로 돌아온 만큼 특별한 공간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지만, 미군 주둔 당시 오염된 토지로 인해 안전 우려도 나오고 있다.
어린이정원은 주한미군 기지로 활용되던 부지를 반환받아 정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비한 후 120여년 만에 처음으로 개방하는 것이다.
지난해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계기로 기지반환이 가속화되면서 용산기지 약 243만㎡(약 74만평) 중 2022년 58.4만㎡(약 18만평) 부지를 반환받았으며, 그중 30만㎡(약 9만평)를 개방한다.
다만 어린이정원 관련 안전 문제 우려는 여전하다. 미군기지로 사용되는 동안 기름유출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는데 이로 인해 토양이 오염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 속 제대로 된 토양정화 작업 없이 이 지역을 개방한다는 것이다.
야당은 "'2시간만 지내라'는 조건으로 개방한 지역을 포함한 곳에 15㎝ 흙을 덮어서 다시 개방한다는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4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자료를 현재 우리 정부에서 공개 안 하는 것을 보면 국민에게 공개할 만큼 안전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것이야말로 국민 안전을 놓고 볼 때나 국익이라는 점을 놓고 볼 때나 굉장히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도 반환된 부지가 각종 발암·독성물질로 범벅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녹색연합과 온전한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는 4일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부는 이미 수년 전 조사를 통해 해당 부지들이 토양환경보전법상 공원이 들어설 수 없을 만큼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고 말했다.
이어 "용산어린이정원이 생기는 장군숙소단지(A4b, A4f), 야구장 부지(A4d), 스포츠필드(A1, A2) 모두 인체에 치명적인 석유계 총탄화수소(TPH)를 비롯해 크실렌, 납, 비소, 수은 등 중금속과 발암물질로 범벅되어 있어 공원조성을 위한 기준치를 많게는 서른배 이상 초과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지난해 별다른 오염 치유 없이 '주 3회 2시간씩 25년을 용산정원에 가도 문제없다'며 임시개방을 하여 경악하게 하던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또 '오염자부담원칙'에 따른 토지 정화를 촉구했다. 단체는 "시민사회는 오염자부담원칙을 적용하여 미군기지 환경오염에 대해 오염자, 즉 미군 측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자 했다. 그러나 정부는 반환받기 전에 정화에 대한 책임을 묻지도 않았고, 정화조차 없는 오염 부지를 그대로 활용하는 잘못된 선례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시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개방을 멈추고 오염자 원칙에 따른 정화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실내·외 환경 모니터링 등을 시행했으며, 모두 환경 기준치보다 낮거나 주변 지역과 비슷한 수준으로 안전성을 여러 차례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환경 모니터링을 시행해 안전성을 유지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