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기자
사상 처음으로 여성ㆍ흑인이 달 궤도 시험 비행에 나선다. 아시아계는 빠졌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ㆍ캐나다 우주청(CSA)은 3일(현지 시각)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소재 존슨우주센터에서 미국인 3명과 캐나다인 1명 등 총 4명의 아르테미스 2호 우주비행사 명단을 발표했다. 이들은 내년 11월 중 발사될 아르테미스 2호에 탑승한다. 달 궤도를 돌거나 착륙하지는 않는다. 대신 열흘간 지구 궤도를 벗어나 달 전이 궤도에 진입, 달 표면에서 약 1만427km까지 접근하며 달을 지나쳐 약 1만300km까지 갔다가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다. 2025년 이후 실시될 유인 착륙(아르테미스 3호)에 앞서 시험 비행 차원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다.
앞서 NASA는 지난해 12월 무인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1호를 발사해 이번과 비슷한 경로를 비행하고 돌아오면서 로켓ㆍ유인캡슐의 성능을 시험해 성공한 바 있다. 아르테미스 2호 발사의 주요 목적은 NASA가 개발한 초대형 로켓 우주발사체(SLS)의 성능·안정성 검증, 상단부에 탑재될 유인 우주캡슐 '오리온 우주선'의 생명 유지ㆍ항행ㆍ통신 장비 등을 시험하는 것이다. 이들은 1960~1970년대 실시된 아폴로 프로젝트 이후 50여년 만에 처음으로 달 탐사를 하게 된다.
빌 넬슨 NASA 국장은 "(선발된 우주비행사들은) 우리를 별로 데리고 가기 위해 지칠 줄 모르고 일하고 있는 수천 명의 사람들을 대표한다"면서 "그들은 각자 인생 스토리를 갖고 있지만 '여럿이 모여 하나(E pluribus unum)'라는 우리의 신조를 대표하며, 우리는 새 세대의 우주 항해자이자 꿈꾸는 자들인 '아르테미스 세대'를 위한 탐험의 새 시대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선장은 리드 와이즈먼(47)이 맡았다. 그는 2014년 5~11월 사이 6개월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활동하면서 13시간 우주유영을 한 경력이 있는 베테랑이다. 2020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NASA 우주비행사실장을 맡았었다. 조종을 맡는 빅터 글로버(46)는 흑인으로 달을 방문하는 첫 유색인종으로 기록된다. 또 '미션 스페셜리스트'로 참여하는 크리스티나 코크(44)는 달 궤도를 비행하는 최초의 여성이다. 또 다른 미션 스페셜리스트인 캐나다 출신 제레미 한센(47)은 비(非) 미국인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달을 방문하게 된다. 캐나다는 미국과의 우주 개발 협력에 적극적인 나라다. 특히 달 궤도에 설치될 우주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Lunar Gateway)에 부착할 로봇팔인 '캐나담(Canadarm) 3'를 제공하기로 하는 등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아쉽게도 아시아계는 이번에 제외됐다. 한국계 의사 출신인 조니 킴(38)이 있었지만 선발되지는 못했다.
이번 아르테미스 2호 발사는 오리온 유인우주선이 SLS에 탑재돼 지구 궤도를 벗어난 후 달 근처까지 갔다가 귀환하는 '복합 자유 귀환 궤적(hybrid free return trajectory)을 따라 진행된다. 오리온 우주선은 유럽우주청(ESA)이 제작한 서비스 모듈을 이용해 지구 궤도를 벗어나 달 전이 궤도로 향한 후 달을 지나쳤다가 돌아 오면서 지구 중력에 포섭하는 경로를 항행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SLS 상단부에 설치된 임시 조종 훈련 설비(ICPS)를 이용해 오리온 우주선 조종 능력을 키운다. 또 오리온 우주선 내 생명 유지ㆍ통신ㆍ항법 장치 조종 훈련도 실시할 예정이다. 이들에 앞서 달을 방문한 지구인은 1968년 아폴로 8호를 타고 달 궤도를 돌았던 프랭크 보먼과 짐 로벨, 윌리엄 앤더스 등 3명을 시작으로 1972년 아폴로 17호까지 총 24명이었다. NASA는 아르테미스 2호의 달 선회 임무가 성공할 경우 2025년 이후 달 착륙 탐사를 위한 아르테미스 3호를 발사할 예정이다. 달 남극 영구음영지대에 착륙해 지하 물 존재 여부 등을 탐사한다. 지난해 12월 달에 도착한 우리나라 첫 달 궤도선 다누리에 부착된 NASA 제작 섀도캠(ShadowCam)이 이를 위한 지도 제작 임무를 맡고 있다.
바네시 와이치 NASA 존슨우주센터장은 "이번에 선발된 우주비행사들은 모두의 이익을 대표해 탐사를 진행함으로써 최고의 인류애를 실현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임무는 인류의 심우주 탐사를 확장하고 과학적 발견과 상업ㆍ산업ㆍ학술적 파트너십은 물론 아르테미스 세대를 위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