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떠난 녹야, 네이버 지식인 '조광현옹' 추모 물결

전문성 살린 답변과 특유의 위트로 인기
쌍돋보기·독수리타법…건강 악화에도 활동

"산타 할아버지 나이는 몇 살인가요?"

"아빠 나이와 동갑입니다."

문답을 주고받는 플랫폼인 네이버 '지식인(iN)'에서 유쾌한 답변으로 유명했던 조광현옹이 지난 27일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8세.

'녹야(푸른 들판)'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조 옹의 별세 소식에 누리꾼들의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1935년 경기 김포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복고, 서울대 치대를 졸업한 뒤 33년간 서울에서 치과를 운영했다. 1985년 제7회 치과의료문화상, 1994년 제2회 서울치과의사회 공로 대상, 2008년 네이버 파워지식iN상을 받았다.

부인인 늘샘 권오실(1936∼2022)씨는 1980년 대한민국 미술전람회(서예부문)에서 대상을 받고, 한국미술협회 부이사장까지 지낸 유명 서예가였다.

네이버 지식인에서는 2004년부터 활동하며 치아 유지·관리 분야는 물론 생활 속 재치가 돋보이는 답변들로 주목받았다. 고령에도 활동을 꾸준히 이어간 그를 두고 네티즌들은 '지식인 할아버지' '녹야 할아버지' 등으로 부르며 답변을 청하기도 했다.

네이버 지식인(iN)에서 ‘녹야’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조광현옹사진=유족제공

학생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답변도 있다. 한 네티즌이 "할아버지, 제가 요즘 공부도 재미없고 지루한데 조언 좀 해주세요"라고 질문하자, "나는 공부가 재미없고 지루한 사람한테는 할 얘기가 없습니다. 내 얘기도 지루할 테니까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명쾌한 답변 등으로 인기를 끌다 보니 그의 답변이나 관련 소식이 뜸해질 때는 건강을 걱정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조 옹은 2007년 첫 공개 답변 이후 지난해 11월 노환에 이를 때까지 총 5만3839개의 답변을 남겼다. 그는 현재 19단계인 네이버 지식인 등급 중 두 번째로 높은 '수호신' 등급이다. 2015년까지 최고 등급인 '태양신' 등급에 오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당시 네티즌들은 조 옹을 '태양신 할아버지'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지식인' 활동과 관련해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답을 모르는 질문을 받으면 공부해서 답변한다고 했다. 그는 "이 나이가 돼도 모르는 건 알고 싶죠. 내 공부하려고 사전도 찾아보고요. 궁금해서 스스로 알아본 건 안 잊어먹어요. 지식은 이렇게 늘려왔습니다. 내가 모르는 걸 알고 있다면 초등학생이어도 은인이죠. 내 선배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고인은 고령의 몸을 이끌고 네티즌들과 소통하기 위해 다양하게 노력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시력이 크게 손상된 탓에 두 개의 돋보기를 겹쳐 보며 '독수리타법'으로 답변을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옹의 작고 소식에 네이버도 애도의 뜻을 표했다. 네이버 지식iN 서비스는 "영원한 지식iN 할아버지 녹야님의 별세를 애도한다"는 추모글을 게재했다.

편집국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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