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욱기자
일본에서 매독 감염이 확산일로에 있다. 지난해 23년 만에 연간 감염자 누계가 1만명을 넘은 가운데, 올해 2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23일(현지 시각) 일 매체 닛칸겐다이에 따르면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는 전날 ‘2023년 제10주’(3월 6일~3월 12일) 속보 자료를 통해 일주일 동안 신규 매독 확진이 200건 증가해 올해 들어 지금까지 2573건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이미 폭발적인 확산세를 반영한 전년 동기(1801건)와 비교해 42.9%가 증가한 값으로, 매독 감염이 올해에도 멈추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현 추세대로라면 연간 신규 감염자 2만명 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올해 들어 신규 확진이 가장 많은 곳은 수도인 도쿄도로 전체의 4분의 1이 넘는 660건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한 수치다.
도쿄도의 지난해 매독 감염 확진자는 3677명으로 10년 전인 2012년(297명)의 약 12배에 달했다. 1999년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가장 많은 값이다.
지난해 여성 감염자는 10년 전 34명에서 1386명으로 40.8배, 남성은 263명에서 2291명으로 8.7배 급증했다.
이 같은 사정에 일본 방역 당국은 매독 확산 방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도쿄도는 지난 3일 신주쿠구를 시작으로 스미다구, 다치카와시, 다마시 등 도내 4곳에 매독 검사센터를 개설하는 등 무료 집단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매독은 주로 성적인 접촉으로 발생하는 세균성 감염증으로, 전신 발진이나 림프샘 부종, 음부 궤양 등이 특징이다. 조기 대응 시 치료가 가능하지만, 방치할 경우 심장과 신경에 심각한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일본 내 매독 확산세는 1960년대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 일본에서 매독은 태평양전쟁 패전 직후인 1948년 연간 22만명에 달하며 정점을 찍었고, 1960년대까지 크게 확산했다. 다만 항생제가 발명된 이후 환자 수는 연간 1000명 이내로 크게 줄었다.
일 매체들은 매독 확진자 급증 배경으로 유흥업소 이용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매칭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불특정 다수와 성행위를 지목했다.
일각에선 외국인 관광객 증가를 원인으로 꼽기도 했으나, 코로나19 발생 이후에도 환자가 폭증하면서 설득력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