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규제 어떻게]③'카카오 먹통 피해, 독과점 결과'…경쟁촉진 논의 미진

지난해 10월 ‘카카오톡 먹통사태’가 발생하면서, 특정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하는 독점을 견제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됐다. 독점 규제 논의가 불붙으면서 데이터 이동성과 호환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부 제기됐다. 이용자가 메시지 기록 등 데이터를 가지고 손쉽게 다른 메신저로 갈아탈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카카오 먹통 피해가 이토록 확산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다. 주요국 경쟁당국에서도 빅테크 플랫폼의 경쟁 촉진 규제 도입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다만 여태껏 우리나라에서 이같은 논의는 미진한 상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높은 전환비용’이 꼽힌다. 예를 들어 이용자는 사진과 개인 정보를 포함한 다양한 데이터를 페이스북에 업로드할 수 있지만, 그 데이터를 온전히 다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이동시키는 것은 어렵다. 다른 소셜미디어로 ‘갈아타려면’ 이용자는 처음부터 새로 만든 플랫폼에 자신의 개인 정보를 다시 업로드해야 한다. 이용자가 생성한 데이터를 다른 플랫폼으로 갈아타기 위해 치러야 하는 ‘전환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뜻이다. 전환비용은 이용자들로 하여금 다른 플랫폼과의 거래(멀티호밍)을 망설이게 하고, 결과적으로 플랫폼의 ‘락인효과(잠금효과)’는 커진다. 이는 특정 플랫폼의 독과점력 심화로 이어진다.

'전환비용 낮춰라'...해외선 경쟁촉진규제 도입 논의 활발

‘카카오톡’이 독점하다시피한 국내 메신저 시장 뿐 아니라, 국내 클라우드 시장 또한 전환비용이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고객사가 클라우드 서비스를 옮기려면, 이미 구축된 업무처리 방식(프로그래밍 언어, API 등)을 재설정해야 하는 등 기술적 제약이 크다. 또 기존 인프라에 대량 축적된 데이터를 경쟁사로 원활하게 이전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으로 인한 제약도 상당하다. 공정위 조사결과 실제 클라우드 업체 전환을 경험한 고객사는 14%에 불과했다. 멀티클라우드 도입 계획이 없는 고객사 또한 68%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아마존의 점유율이 62~78%로 압도적이다.

미국, 유럽 등 경쟁당국에서는 데이터 이동성과 호환성을 보장해 시장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규제 입법이 추진됐다. 이용자 동의를 전제로 이용자들이 다른 서비스로 데이터를 자유롭게 옮길 수 있도록 보장해 빅테크 플랫폼의 전환비용을 낮추려는 취지다. 관련법 시행이 임박한 곳은 유럽연합(EU)다. 게이트키퍼 플랫폼사업자에 대해 데이터 이동성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디지털시장법(DMA, Digital Markets Act)은 올해 5월부터 시행돼, 규제대상인 게이트키퍼를 지정하는 절차가 시작된다.

법안은 게이트키퍼 플랫폼에 해당되는 기업이, 이용자들의 타 서비스로의 이동(switch)을 제한하는 행위를 불공정행위의 유형 중 하나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소비자가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을 플랫폼이 제공해야 하는 의무를 부여했다. ‘입점사업자 또는 최종이용자가 생성하거나 제공한 자료에 대한 무료 이동성 보장’ 의무도 규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게이트키퍼 검색엔진 플랫폼에는 이용자들의 검색 관련 자료(클릭, 뷰, 순위 등)를 제3의 검색엔진 플랫폼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 조건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도록 하는 강력한 의무조항도 있다. 독일에서는 지정 플랫폼이 데이터 호환성을 거부하거나 어렵게 만들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경쟁제한방지법(GWB) 개정안이 2021년 1월 발효됐다.

미국에서도 지난해 6월 하원에서 발의된 반독점 5개 법안 중 ‘데이터 이동성·호환성 보장법’(ACCESS Act, Augmenting Compatibility and Competition by Enabling Service Switching Act)에서 지정 플랫폼에 데이터 이동성과 상호운용성 보장 의무를 부과한 바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연방공정거래위원회(FTC)법 제5조에서 금지하는 ‘불공정 경쟁방법’에 해당한다고 보고 민사제재금을 부과할 수 있다. 지정 플랫폼들은 잠재적 경쟁 사업자들과의 상호운용성을 촉진할 수 있도록, 제3자가 접근가능한 인터페이스를 유지하는 의무도 규정했다. 인터페이스를 변경하려면 FTC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미국에서 두 법안은 지난해 12월까지 결국 하원을 통과하지 못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우리나라는 경쟁촉진 논의 미진...공정위 "이제 고민 시작했을 뿐"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빅테크 플랫폼 전환비용을 줄이기 위한 경쟁 촉진 차원에서의 논의가 아직 본격화되지는 않은 상태다. 정부는 우선 해당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자율기구에 맡겨 자율규제안 중 하나로 논의되게끔 한 상태다. 지난해 6월부터 자율기구 내 ‘데이터 및 AI(인공지능) 분과’에서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 온라인 플랫폼의 검색 및 추천 서비스의 투명성을 제공하고 입점사업자 등의 데이터 접근성을 제고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해당 분과는 공정위가 아닌 과학기술정보통신신부가 주관하고 있다.

공정위는 데이터 촉진 규제 추진을 위한 문제의식을 이제 막 형성하는 단계에 그친다. 지난해 12월 공정위는 클라우드 시장의 경쟁상황을 분석하면서, “대형 클라우드 플랫폼 시장에서 관행화된 기술간 비호환 문제와 데이터 이전을 어렵게 하는 관행이 시장경쟁을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쟁압력을 제고하기 위한 독과점 정책을 수립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클라우드 분야의 경쟁압력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개선을 위해 호환성 촉진에 초점이 맞혀 효과적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면서 “플랫폼 시장 내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규제 수립에 대해서는 이제 막 고민을 시작한 단계”라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플랫폼 규제 논의는 미진하다. 2021년 9월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개정안이나,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 정도가 데이터 이동성과 호환성을 보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변재일 의원안에는 이용자 수, 매출액 등이 일정 기준에 해당하는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이용자나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업자가 필요한 정보를 요청할 경우 정보를 공유해 사업자 간 데이터 격차를 완화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

배진교 의원안에는 시장지배적 플랫폼 기업은 입점사업자에게 필수적인 거래 고객의 정보를 이전해 제공할 의무가 있고, 이때 제3자의 접속이 가능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호환성을 촉진하라는 취지다. 권영관 공정거래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도 ‘온라인 플랫폼의 합리적 규제 방향 모색을 위한 다양한 규제시각 검토’ 보고서에서 “디지털 플랫폼 이용 사업자들에 대한 데이터 접근성 제고 방안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에서는) 사실상 디지털 플랫폼 시장의 과도한 집중으로 인한 시장실패를 교정하기 위한 방안들은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금융부 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