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완용기자
[아시아경제 차완용 기자] 국내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이 찬밥신세로 전락한 모습이다.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문턱을 대폭 낮추고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허용해주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발표하면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단지들 중 사업을 철회하거나 재건축으로 선회하는 단지가 생겨나고 있다.
최근에는 리모델링 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섰던 건설사마저 금리 인상과 자잿값 상승 등을 이유로 신규 수주를 꺼리고 있다. 일부 건설사는 이미 확보한 리모델링 시공권을 포기하는 사례마저 발생했다.
2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거여1단지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는 다음 달 11일 ‘거여1단지 리모델링 해산 여부 결정을 위한 임시총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자잿값 인상에 따른 공사비 증가 등 부동산 시장이 악화되면서 리모델링 추진에 대한 주민 반발이 거세졌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이번 임시총회를 통해 리모델링 대신 재건축으로 선회하자는 목소리도 내놓고 있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강선14단지두산에선 이달 초 1기 신도시 특별법 발표 이후 일부 주민이 재건축 추진을 요구하며 ‘리모델링 반대 동의서’를 모으고 있다. 이외에 경기 안양시 동안구 평촌 한가람 단지와 평촌 목련2단지 그리고 경기 군포시 산본 세종주공 6단지 등에서도 리모델링 추진 철회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이 밀집해있는 서울 용산구 이촌동 일대는 좀처럼 사업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현재 한가람아파트, 코오롱이촌아파트 등은 조합설립을 완료하고 시공사 선정까지 마친 상황이지만, 좀처럼 사업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한강대우아파트는 지난 2019년부터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해왔지만, 아직 조합설립 인가를 획득하지 못했다.
이촌동의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이촌동 일대 아파트 단지 여러 곳이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가 어려워진데다 자잿값이 오르면서 조합원들이 추가 분담금 부담에 사업을 보류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건설사들도 리모델링 수주에 신중한 모습이다. 자잿값 상승,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해 공사비가 오르면서 리모델링 사업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리모델링은 재건축보다 수익성이 떨어지는데, 최근 공사비마저 너무 올라 웬만한 규모가 아니고서는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며 “일단 규모나 입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 사업성이 보장되는 단지에만 수주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건설사 중에는 이미 확보한 리모델링 시공권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왔다. 리모델링 분야에서 1위의 준공 실적을 보유한 쌍용건설은 최근 경기 군포시 설악주공8단지 리모델링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포기했다. 이에 앞서서는 서울 성동구 신동아 아파트 리모델링 시공권도 자진 반납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설악주공9단지의 경우 내부 심의에서 단지 지반이 암석이어서 공사가 쉽지 않다는 결론이 내려졌다”며 “급격한 금리 인상과 건설 원자잿값 상승을 고려해 신규 수주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