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어느 시골마을 출산율 2.95명…기적을 낳았다

인구 6000명 나기초 마을
지자체 소멸 위기감에 20년간 파격적인 육아 지원

[아시아경제 전진영 기자] 합계출산율 1.33명으로 한국과 함께 저출산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된 일본에서 출산율을 2.95명까지 끌어올린 지방자치단체가 있어 주목받고 있다. 해당 지자체는 지역의원 정수까지 줄여가며 예산을 마련하고 은퇴한 고령자들을 고용, 육아 거점을 만들어 일본 내에서도 저출산·고령화 대책 방안의 표준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에 따르면 일본 오카야마현 나기초(奈義町) 마을의 합계출산율이 2.95명을 기록해 일본 전체 지자체 중 1위를 기록했다. 앞서 지난 19일에는 저출산 대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나기초 마을을 직접 방문해 시찰하기도 했다. 일본 내에서는 글자 그대로 ‘기적의 마을’이라고까지 불리고 있다.

지자체 소멸 우려에서 시작된 저출산 대책

인구 6000명 남짓의 작은 나기초 마을이 출산율을 이렇게 끌어올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자체 소멸을 우려한 주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있었다.

나기초 마을도 2000년대 초반까지는 이촌향도 현상이 심해지면서 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출산율도 1.4명대로 곤두박질쳤다. 2002년에는 주변 지자체들과의 합병을 묻는 주민투표까지 실시되면서 지자체 소멸 위기감은 더욱 커졌다. 나기초 마을 사람들은 합병에 반대해 독자 마을로 남기로 결정했지만 이로 인해 중앙정부 지원도 줄어들었다. 마을을 살리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지자체 주민들과 공무원들이 합심해 마을의 인구를 늘리기 위한 각종 방안을 모색했다. 오랜 토의 끝에 아이를 키우는 세대를 새롭게 유입시키는 것이 유일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후 나기초 마을은 2005년부터 약 20년 가까이 강력한 육아지원 대책을 밀어붙였다. 나기초 마을은 먼저 지자체 공무원과 의원 정수를 기존보다 20~30% 줄여 연간 1억엔(약 9억6000만원) 이상의 육아지원 재원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출산부터 육아, 교육지원에 이르기까지 20개에 달하는 포괄적인 육아 지원 항목을 신설할 수 있었다.

출산·불임부터 육아까지 포괄적 지원정책

나기초 마을은 불임 치료에 대한 지원부터 강화했다. 지정 의료기관에서 불임 치료를 받는 경우 연 20만엔(192만원) 한도 내에서 치료비 절반을 5년간 지원한다. 남성 불임의 경우에도 같은 기간 연 30만엔(288만원) 한도 내 치료비 지원이 가능하다. 출산 시에는 일괄 10만엔(96만원)을 축하금으로 지급한다.

또한 육아 지원을 위한 서비스와 인프라 마련에 나섰다. 아이를 위한 카시트, 유모차, 아기침대는 사회복지협의회에서 월 100엔에 빌릴 수 있도록 지원했다. 또한 지자체 내 어린이집에서 아동 1인당 한 시간에 300엔(2800원)을 내면 마을 주민들이 아이를 봐주는 ‘육아 서포트 스마일’ 프로그램도 실시했다.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는 만 7개월부터 4세까지 아동이 있는 부모에게는 재택육아 지원수당으로 자녀당 월 1만5000엔(14만원)을 지급하고, 자녀가 18세 성인이 되기 전까지 의료비도 전액 마을이 부담하기로 했다.

'나기 차일드 홈'에서 고령자들이 아이와 함께 놀이 시간을 가지고 있다.(사진출처=나기 차일드 홈 공식 홈페이지)

특히 나기초 마을의 육아정책에서 주목받는 점은 육아 지원 서비스 프로그램에 마을 내 고령자들의 참여를 독려한 부분이다. 마을 중심에 육아 거점인 ‘나기 차일드 홈’을 만들고 육아 경험이 많은 고령자들에게 육아 담당업무를 지원하게 했다. 고령자들은 육아와 함께 젊은 부부들의 육아 고민 문제를 상담해주는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파격적인 지원책에 다른 도시에서 이주해 오는 신혼부부들이 늘기 시작했다. 최근 나기초로 이사 온 한 신혼부부는 일본 T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기초에서는 지역 전체가 아이를 키워주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나기초의 획기적인 성과는 재원 투입 이전에 지역주민들의 폭넓은 이해도와 자발적 참여로 가능했다는 평가다. 나기초의 한 행정담당자는 니케이와의 인터뷰에서 "이 정책은 다른 지자체도 충분히 시행할 수 있는 대책"이라면서도 "다만 행정과 주민이 한마음으로 대처하는 시스템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육아 지원의 원동력은 주민 전체의 이해이며, 이는 재원 확보보다 어려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2팀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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