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기자
"정치개혁의 절박성을 국민과 공유하고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정치개혁을 하지 않으면 우리 정치에 더 희망이 없고 나라의 미래가 없다"고 단언하며 이처럼 말했다.
조 위원장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역대 없던 좋은 여건인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공개적으로 의견을 제시했다"면서 "사상 처음으로 국회 내 초당적인 모임으로 전체 의원 중 절반 가까이가 결집을 한 상태"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초 한 언론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 도입의 필요성을 제안했고 김진표 국회의장도 이에 화답한 바 있다.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은 의원 142명(24일 기준)이 동참의 뜻을 밝혔다.
내년 총선 선거구 획정 법정시한은 4월 10일이다. 한 달 조금 넘게 남은 시간 동안 정개특위는 논의를 끝마쳐야 한다. 김 의장은 최근 국회의원 비례대표 의석을 지금의 2배 수준으로 증원하는 내용의 선거제 개편안 3개를 정개특위에 제출했다. 3월 국회 전원위원회를 열어 4월 개편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국회의장 소속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가 낸 3개안은 소선구제+병립형 대표제, 소선거구제+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농복합 중대선거구제+권역별 연동형 비례제 등으로 모두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조 위원장은 "국민들이 제도를 이해도 하지 못하고 또, 정치개혁 방향에 대한 공감대도 마련해 두지 않은 채 의석을 더 늘이겠다고 하면 국민의 일차적 여론은 당연히 부정적일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도 "거꾸로 국민 다수 여론이 현행 선거구제에 문제가 있다, 사표를 없애야 하고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데 동의를 하게 된다면 개편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의 주권이 모두 평등한 데 표의 등가성과 비례성을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고 국민들이 동의를 해준다면 현실적인 대안은 비례의석 확대를 수반하게 돼 있다"면서 "지역구 의원을 사라지게 하는 것보다는 전체 의석을 늘리는 식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다만, 소위원장을 맡은 만큼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여당은 전당대회, 야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검찰 조사 등으로 선거구제 개편과 관련해 국회 내에서도 여론 형성이 잘 안 되는 점과 이로 인한 여야 대립 구도가 지속되면서 정개특위 논의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조 위원장은 아쉬워했다. 그는 "100% 합의 사안이기 때문에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고 때론 양보도 하면서 이견을 절충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여야 정당끼리 정말 화합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지금처럼 여러 이슈로 장외 투쟁하고 장내에서 부딪히고 대립 전선이 갈수록 심화하면 큰 장애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또 "(여당의 경우)새 지도부 출범을 계기로 선거제 개편 논의가 이뤄지려고 해도 지금부터 뭔가 의미 있는 논의가 당내에서 이뤄져야 가능하다"고 했다.
국회의원 3선, 보좌진 생활 15년. 30년 가까이 정치에 몸담으면서 조 위원장은 승자독식으로 인한 정치의 문제점을 현장에서 목도했다. 그는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감을 갖고 있다"면서 "사표가 대량으로 나오다 보니 정치적 불안, 불만과 갈등, 그로 인한 정치적 불안. 결과적으로 양당 독식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양당으로 가더라도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할 수 있어야 하고 양당 간에도 정책에 따라서는 협력이 가능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선거체제 하에서는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조 위원장은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고 모두가 참여해서 합의된 결론을 도출해내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제일 나쁜 게 무관심이다.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관심 없는 것이 가장 나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