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보 하루천자]“최대심박수 70%로 30분 걷기…마음건강에도 특효”

[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홍정기 박사는 국내 최고 스포츠의학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차의과대학교 대학원 원장이자 한국선수트레이닝학회 회장,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 대한육상연맹 스포츠과학 이사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사실 그에겐 ‘걷기 전도사’라는 말이 더 직관적인 소개일지 모른다. 한국체육대학교 졸업 후 미국 오리건주립대에서 운동과학 박사 과정을 밟은 후 재활 치료에 전념해온 그는 ‘액티브 워킹’을 최고의 치료법으로 소개한다. 의학적 치료와 걷기를 병행했을 때 치료 효과가 크다는 것. 적절한 치료법을 찾지 못해 방황하던 수많은 이가 홍 박사의 걷기 처방을 실천하면서 건강을 회복했다. 스켈레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윤성빈, 축구선수 기성용, 프로 골프선수 최혜진 등 유명 선수들도 홍 박사의 근지구력 훈련을 통해 나음을 입었다. 최근에는 책 '오늘부터 걷기 리셋'(EBS BOOKS)으로 바른 걷기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홍 박사가 걷기를 강조하는 건 걷는 행위가 모든 인체 기관을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하나의 기관이 개별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뇌부터 발가락 끝까지 모든 신경세포와 혈관, 근육을 활성화된다는 것인데, 홍 박사는 “걷기는 골격계, 근육신경계, 심폐계, 내분비계, 소화계 및 림프계까지 우리 몸이 제대로 기능하게 한다”며 “한 관절, 하나의 기관이 아닌 전체적인 관절, 기관이 일을 하면서 우리 인체가 가장 인체답게 되는 시간”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걷기에도 준비가 필요하다. 바르지 못한 자세나 관절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경우 걷기가 독이 될 수 있기에 걷기 전 자세 확인이 필요하다. 홍 박사는 “체간(뇌부터 생식기까지 이어지는 인체 중심선)이 필요 이상으로 앞으로 구부러져 있거나 무릎이 안으로나 밖으로 휘어 있다면 이런 자세를 바로잡고 걷기 운동을 하라”고 조언한다. 특히 고관절이나 허리가 뻣뻣한 사람은 유연성을 체크해보고 관절 움직임을 부드럽게 할 필요가 있다. 부상 경험이나 수술 전력이 있어 심리적으로 위축된다면 걷기 전에 꼭 전문의와 상의한 후 걸으라고 강조한다.

신발은 바닥이 얇은 신발이 좋다. 홍 박사는 “앞부분이 너무 올라가지 않고 납작한(스니커즈 스타일) 신발을 추천한다”며 “족궁(발바닥에 활처럼 굽어있는 부위)이 너무 낮아 발바닥이 아픈 분들은 보조 깔창 착용을 추천한다”고 조언한다.

걷기 준비가 끝났다면 이젠 바른 자세로 걸을 차례다. 바람직한 걷기 자세는 상체를 곧게 펴고 앞을 주시하며 보폭을 크게 만들면서 양팔을 앞뒤로 가볍게 흔드는 모습이다. 홍 박사는 “이 자세라면 20~30분 정도만 걸어도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속도는 느린 걸음보다는 “조금은 바쁜 일이 있는 것처럼 걷는 모습”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 “약간 빠르게 걸을 때 근육이 훨씬 더 활성화되고, 그로 인해 체온을 증가시키며 근육 내 단백질 합성을 돕기” 때문이다.

홍정기 박사가 바른 걷기 자세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홍정기 박사]

적당한 걷기 속도 확인을 위해서는 심박수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본인의 최대심박수를 계산(220-나이)해서 70% 수준에서 호흡이 너무 가빠지지 않게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걷는 것이 좋다. 적당한 운동 시간은 30분가량인데, 걷는 속도가 일정해도 심박수가 낮아진다면 속도를 높여 심박수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걷다가 10~20m가량은 뒤로 걸어주는 것도 좋다. “뒤로 걷게 되면 우리 신체의 신경계를 더 많이 자극하면서 균형감각 향상 및 자세 유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걷는 속도를 변주하는 것도 운동 효과를 높이는 방법이다. 이를테면 100m 정도는 의도적으로 조금 빠르게 걷고, 그다음 100m는 평소 속도로, 그리고 다시 조금 빠르게, 또 평소 속도로 반복하는 것. 홍 박사는 “100m를 조금 빠르게 걸은 후 힘들다면 너무 빠르게 걸은 것”이라며 “반복적인 걷기 속도 변화를 적어도 다섯 번가량 편하게 할 수 있는 정도가 가장 적당한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걷기에 좋은 시간이 따로 있을까. 특별히 시간에 구애받을 필요는 없지만 너무 늦은 시간은 피하는 게 좋다. “너무 늦은 시간에 걷는 건 호르몬 변화를 통해 수면 방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관절이 좋지 않다면 “이른 시간보다 몸이 유연하게 풀리는 오후 시간을 추천”한다. 비만·당뇨가 있다면 식사 후 바로 걷기를 시작해 “대사성을 올리고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는 것”이 좋다.

걷기는 몸뿐 아니라 마음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홍 박사는 “걸으면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돼 긴장 상태를 낮추고 호흡 패턴이 좋아진다”며 “특히 뇌의 변연계에서의 감정 제어 기능이 작용해 심리적인 안정 상태를 경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문화스포츠부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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