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속에서 문어처럼 움직인다'…수술용 '소프트로봇' 소재 개발

KIST 연구팀

국내 연구진이 사람의 몸 속에 들어가서 문어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나비처럼 색깔도 변하는 소프트 로봇을 개발해냈다. 수술 등 어려운 동작을 수행하는 소프트 로봇의 원천기술을 개발로 평가된다.

사진제공=KIST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김대윤 기능성복합소재연구센터 박사 등 연구팀이 야누스 (Janus) 구조를 가지는 소프트 로봇을 제조하고, 메탄올 검출 스마트 센서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오늘날 로봇은 산업현장을 넘어 재난, 보건, 보안,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전통적인 금속 기반 로봇은 단단한 몸체를 관절부로 엮고 이를 모터와 같은 구동 장치에 연결하여 작동하기 때문에 강한 힘을 발휘하지만, 유연한 동작을 하기 힘들고 오작동 시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다. 최근에는 부드럽고 유연한 소재로 된 ‘소프트 로봇’이 등장하였으나, 금속 기반 로봇과 비교할 때 제어 난도가 높다는 문제가 있다.

KIST 연구팀은 다양한 동작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고 움직임에 따라 빛의 반사를 달리하는 야누스형 소프트로봇을 이용해 물의 메탄올 오염 여부를 알아내는 키트 개발했다. 그림제공=KIST

연구팀은 문어와 같은 연체동물의 자유로운 움직임에 착안해 소프트 로봇의 움직임을 치밀한 컴퓨팅으로 제어하기보다 주변 환경에 자동적으로 반응하도록 맡겨두는 방식을 채택했다. 유연하지만 팽창되는 능력이 서로 다른 두 종류의 고분자 필름을 패터닝해 주변 환경에 따라 소프트 로봇이 자연스럽게 원하는 방향으로 굽힘, 접힘, 비틀림과 같은 움직임을 갖도록 했다. 또 나비와 같은 곤충에게서 볼 수 있는 나선형 나노 구조를 소프트 로봇에 도입해 다양한 색깔의 빛을 선택적으로 반사하는 광결정 특성을 보이게 하였다. 이를 통해 주변 환경이 변화해 소프트 로봇이 움직임을 가지게 되면 색깔 변화를 통해 사용자가 쉽게 이를 인지할 수 있다.

특히 연구팀은 소프트 광결정 로봇을 응용해 물이 메탄올에 오염되었는지 쉽고 빠르게 알아낼 수 있는 센서를 개발했다. 메탄올은 과다 섭취 시 인체에 두통, 구토, 어지러움, 시력장애 등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에탄올보다 값이 70% 이상 저렴해 코로나19 이후 오남용 피해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소프트 광결정 로봇을 이용한 메탄올 검출 센서는 수십 회 이상 재사용이 가능하므로 경제적이다. 소프트 광결정 로봇을 이용한 메탄올 검출 센서는 전기와 같은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아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메탄올에 오염된 물을 검출할 수 있다. 게다가 소프트 로봇의 나선형 나노 구조로부터 나오는 원형 편광 특성은 위변조가 까다로워 제품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에도 굉장히 효과적이다.

KIST 연구팀이 개발한 소프트로봇이 물, 곤충, 동물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움직임을 구현했다. 그림제공=KIST

또 연구팀이 개발한 소프트로봇은 독수리가 먹이를 낚아채는 모습, 애벌레가 기어가는 모습, 식물이 지지대를 감고 올라가는 모습, 개미가 물체를 들어서 운반하는 모습 등 다양한 움직임을 성공적으로 구현해냈다. 종합적으로 응용하면 사람의 몸 안에 들어가 부드러운 장기에 손상을 주지 않고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유연하고 스마트한 차세대 수술 로봇용 소재를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대윤 박사는 “이번 연구는 기술적으로 초기 단계에 있는 소프트 로봇을 일상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구현한 데 그 의의가 있다”며 “향후 다양한 외부 자극에 동시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다중 자극 반응형 소재가 개발된다면 소프트 로봇이 폭넓게 상용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IF: 19.924, JCR 4.658%)에 게재됐다. 또 표지 논문을 장식함과 동시에 로봇 공학 분야 Hot Topic에 선정됐다.

산업IT부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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