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파산한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채권자 명단에 한국의 환경부와 삼성,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 여러 국내 기업의 이름이 올라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26일(현지시간) FTX의 변호인단이 전날 델러웨어주 파산법원에 115쪽 분량의 채권자 명단을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가 채권자 명단 목록을 입수해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환경부, 삼성넥스트,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이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는 채권자 명단에 적힌 환경부 주소도 세종시의 정부청사 위치와 일치한다고 보도했다. 또 삼성전자의 혁신 조직으로 출범한 삼성넥스트도 FTX 채권자로 올랐으며, 명단에는 이 회사의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사무실 주소가 적혔다. 마운틴뷰는 구글 본사가 위치한 실리콘밸리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이외에도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 회계·컨설팅법인 EY한영 및 삼일PwC 등도 명단에 포함됐다. 공유 오피스 서비스 업체인 디이그제큐티브센터, 밴타고 등도 이름을 올렸다. 다만 이들 기관이 어떤 배경에서 채권자로 등재됐는지와 실제 채권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포브스는 구글, 메타, 트위터, 애플, 넷플릭스, 링크트인,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의 대표적인 빅테크들도 FTX 채권자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포브스는 "FTX 창업자인 샘 뱅크먼-프리드가 기소되기 전까지 이 업체가 얼마나 많은 사람과 회사, 언론 매체들에 돈을 빚지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포브스는 FTX가 한때 광고, 스폰서십, 유료 파트너십 등을 통해 대대적인 홍보 활동을 펼치는 과정에서 이들 빅테크와 관계를 형성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 측은 포브스에 "우리가 FTX와 비즈니스 관계를 맺고 있었는지 몰랐다"며 "왜 우리를 채권자로 등록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구글과 애플, MS 등은 포브스에 논평을 거부했다.
앞서 미국 연방 검찰은 FTX 파산을 신청한 샘 뱅크먼-프리드를 바하마에서 붙잡아 미국으로 송환한 뒤 사기와 돈세탁, 불법 선거자금 공여 등 8개 혐의로 기소했다. 뱅크먼-프리드는 고객 자금 수십억 달러를 빼돌려 계열사 알라메다 리서치의 부채를 상환하고, 바하마의 호화 부동산을 사들이고, 정치인들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등 혐의로 가택 연금 중이지만, 법정에서는 유죄를 부인하고 있다.
한편 미국 연방 검찰은 20일 뱅크먼-프리드 FTX와 관련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약 7억 달러(약 8645억 원) 규모의 FTX 자산을 압류했다. 여기에는 온라인증권사 로빈후드 주식과 은행 계좌, 바하마에 있는 FTX의 자회사인 FTX 디지털 마켓의 이름으로 보유한 달러 등 현금도 포함됐다.
로빈후드 주식은 5500만 주로, 가치는 5억2600만 달러(약 649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연방 검찰은 뱅크먼-프리드가 고객 자금을 빼돌려 로빈후드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검찰은 FTX가 보유한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 계좌와 펀드도 압류했는데, 이 계좌와 펀드의 가치는 밝히지 않았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