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전 폭력이 왜 지금‥美 축구대표팀 감독 낙마하나

대표팀 선수 아들 어머니,
감독의 30년 전 부인 폭행 협박
선수 기용 두고 美 축구 가문 간 갈등

그레그 버홀터 미 축구대표팀 감독.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미국 대표팀의 16강행을 이끈 그레그 버홀터 감독이 30년 전 폭력 스캔들에 휘말리며 낙마 위기에 몰렸다. 한 선수의 출전을 둘러싼 미 축구 전설 간의 갈등이 이번 파장의 배경이라는 점은 미국 사회에 상당한 파문을 불러오고 있다.

3일(현지시간) ESPN 등 미언론에 따르면 미 축구협회는 버홀터 감독과 부인 사이에 벌어진 과거 데이트 폭력 사건에 대해 조사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버홀터 감독은 트위터에 1991년 당시 여자친구이자 같은 대학 여자 축구선수였던 현 아내와 데이트 중 언쟁이 벌어졌고 발로 찼다고 고백했다. 버홀터 감독은 "그날 밤 내 행동에 대해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지금까지 후회하고 있는 부끄러운 순간"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폭행 이후 잠시 헤어졌다 결혼해 25년째 함께하고 있다.

이번 고백은 자의가 아니다. 버홀터 감독은 월드컵 기간에 누군가가 협회에 연락해 자신을 무너뜨릴 정보가 있음을 시사했다고 언급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버홀터 감독을 협박한 이는 버홀터 감독 부인의 친구이자 예전 축구팀 동료이며 이번 월드컵에 선수로 출전한 조반니 레이나(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어머니였다. 레이나의 아버지는 미국 대표팀의 전 주장인 클라우디오 레이나. 레이나의 어머니는 버홀터 감독 부인과 함께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여자 축구팀에서 활동했다. 축구로 인연이 맺어진 두 집안은 절친한 관계였지만 상황이 급변했다.

레이나의 어머니도 자신이 버홀터 감독의 폭행 사실을 공개했음을 인정했다. 발단은 버홀터 감독이 카타르 월드컵에서 기대주였던 레이나를 중용하지 않아서였다. 훈련에 성실하게 나서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레이나는 중도 귀국 위기에서 선수단 투표를 통해 간신히 잔류했고 동료에게 사과한 후 16강전에서는 45분간 교체 출전했다.

미 축구협회는 외부 기관에 조사를 의뢰했으며 버홀터 감독과 아내도 조사에 협조하기로 했다. 버홀터 감독은 2018년 12월 부임했으며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그는 황금세대 미 대표팀을 이끌고 월드컵 16강이라는 실적을 올렸음에도 이번 스캔들을 계기로 유임 여부가 불확실하다. 미 축구협회는 버홀터 감독에 대한 조사 기간 중 앤서니 허드슨을 임시 감독으로 임명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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